지난 2013년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프랑스 파리 외곽의 소도시 앙기엥 레 벵시의 대표적인 행사는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벵 뉘메리크’다. 호수에 무대를 띄우고 진행하는 행사의 폐막식 모습. ⓒNicolasLaverroux.

프랑스 파리 인근의 앙기엥 레 벵(Enghien-les-Bains)시는 광주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선정(2013)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다. 파리 북역에서 기차로 15분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작은 도시라는 점에서 놀랐다. 인구 약 1만 3000여명의 작은 소 도시로 많은 이들이 파리에 직장을 두고 있는 터라 조용한 휴양도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앙기엥 레 벵은 1830년대 이후 ‘물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호수와 온천이 있고 카지노도 성업중이다.

프랑스의 이 작은 도시는 세계 14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를 컨트롤하는 코디네이터 도시이고 올해는 전 세계 180개국 창의도시 관계자들이 모여 ‘데이터 시티’를 주제로 연례행사를 열기도 했다.

미디어 아트와 관련한 핵심 공간은 기차역 바로 인근에 자리한 앙기엥 레벵 예술센터(CDA·CENTRE DES ART)다. 창작, 연구, 생산, 유통 공간으로 정기 프로그램과 다양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문화를 통한 중재역할도 하고 있으며 최첨단 예술과 전문기술을 통해 예술, 과학, 기술 교류의 플랫폼 역할도 자연스레 하고 있다.

2002년에 문을 연 센터는 시와 도, 문화부에서 전체 지원을 받아 지어졌고 운영비 역시 세곳에서 충당한다. 1년 예산은 음악, 미술, 전시, 영화, 행정 파트 등에서 일하는 23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약 100만 유로 수준이다.

미디어 아트 전문 전시실과 극장, 작가 레지던시, 랩 등을 갖춘 센터는 지역 유일의 문화 공간을 겸하고 있어 연극·무용·콘서트 등 다채로운 공연과 영화 상영 등도 함께 열리는 게 특징이다. 건물에 붙은 2018-19 시즌 포스터에는 한국의 재즈 가수 나윤선의 공연 소식도 담겨 있었다.

CDA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1층 카페 맞은편에 자리한 전시실은 내부에 계단을 둬 2층으로 구성한 게 특징으로 넓지는 않지만 알차게 꾸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뿐 아니라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기획전을 연 3~4차례 열고 있다. 방문 당시에는 라우라 마넬리 등이 단테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AS ABOVE SO BELOW’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앙기엥 레 벵의 핵심 행사는 지난 2005년부터 개최하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벵 뉘메리크’로 경쟁과 비경쟁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행사는 도시 전체 공간을 활용하는 게 핵심으로 도시공간을 통합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행사 기간 중에는 CDA센터 뿐 아니라 시립음악학교, 공원, 정원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장소 10~15곳 등 도시 전체가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지난 6월 ‘휴먼 퓨쳐’를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4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창의도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처음 광주와도 교류를 시도했으며 공모를 통해 신도원 작가, 펑크파마, Lele Huang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 엑스’가 통합퍼포먼스 융합공연 ‘문명’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카지노 바로 앞 호수 위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진행되는 폐막식 행사는 작품과 음악 등이 어우러진 축제로 전 세계에서 3만 5000여명이 찾아오는 등 인기가 높다.

또 하나의 행사는 5년 째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특수효과상 시상식이다. 영화에서 활용되는 특수효과 등 비주얼 아트 전체가 미디어 아트에 포함된다고 취지 아래 진행되는 행사로 지금까지 ‘스타워즈’,‘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이들이 수상했다.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에코시스템’ 프로젝트다. 예술창작 활동을 하는 회사, 작가 프로젝트, 디지털 미디어 교육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센터에도 이들을 위한 공간과 숙소를 마련해 두고 있다. 문화기관이나 미디어 작가들 이외에도 대학의 연구원, 관련 회사, 외국의 다른 도시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시스템이다. 또 레지던시 등을 통해 각국과의 협업도 할발히 진행중이며 유리공예와 디지털 아트를 결합한 카나자와와의 교류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교육 시스템은 다소 생소한 미디어 아트가 지역민과 결합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78세 이상 여성을 위한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교육’, 초보자를 위한 교육, 학교를 직접 방문해 진행하는 교육 등 다채롭다. 특히 병원과 대학 연구원,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신체·정신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음악, 미디어 아트 등이 결합된 교육도 진행하는 등 대상을 세분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센터에서 다채로운 공연이 열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참을 활용해 미디어 아트 뿐 아니라 무용, 연극 등 타 장르와의 결합이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스튜디오와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광주가 준비하는 미디어 아트센터나 창의도시 프로그램은 짧게 보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하면 답을 내기 어려워요. 멀리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시민들이나 아이들이 와서 디지털 아트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되, 단순한 교육장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부터 작가와 엔지니어 등 관련된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해요.”

센터 개관 전부터 합류해 밑그림을 그려나간 후 현재까지 디렉터를 맡고 있는 도미니크 롤랑<인터뷰 박스 참조>은 “아트로서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아트센터로서 존재애햐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앙기엥 레 벵=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