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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공대생’ 최류빈군 “인문학 전공자만 詩 쓴다는 편견부터 버려야죠”
청년 예술인 창작지원 최연소 선정
2018년 04월 18일(수) 00:00
“시 쓰기가 꼭 인문학을 전공한 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경계를 넘어 글을 쓰고 싶어요.”

공대생이지만 시인으로 등단해 문화예술 창작기금까지 지원받는 대학생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전남대 공과대학 생물공학과 4학년 최류빈(25) 학생.

최 씨는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18 지역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공모에 선정됐다.

문화재단의 공모전은 전문 예술가 사이에서도 평균 3대 1 이상을 넘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최 씨는 청년 예술인 창작지원 사업에 최연소로 단독 선정돼 300만 원의 출판 지원금을 받는다.

그는 지난해 ‘간빙기 밥통’이라는 작품으로 시 전문지 ‘포엠포엠’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가족을 위해 세상의 풍파를 겪어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아버지께 조심스레 수상 소식을 전하자, 평소에는 표현이 없으시던 아버지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렸다는 것이다.

사실 글쓰기는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다. 누구나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수 있는데, 단지 공대생은 문예와는 거리가 멀다는 편견이 문제일 뿐이다.

“시를 쓴다고 하면 대부분 국문과나 인문계 학생을 떠올리잖아요. 그러나 시를 좋아하고 창작하는 데 굳이 전공이나 계열이 필요한 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한 습작을 지속적으로 했고, 그것이 자연스레 결과로 이어진 것이죠.”

최 씨가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던 것은 군대 입대를 하고나서였다. 2년여의 시간 동안 그는 틈틈이 시를 썼고 제대할 무렵에는 300여 편의 습작품에 이르렀다. 작년에는 개인 시집 ‘오렌지 신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를 읽다가 신화를 모티브로 시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신들의 이름을 소재로 일종의 연작시를 쓴 거죠. 주위에선 신선하다, 이채롭다는 평가를 하더라구요.”

최 씨는 현재 전남대 학생 문예지 ‘글아치’ 출간을 담당하는 ‘스토리에이블’팀 대표를 맡고 있다. 시도 쓰고 취미 활동도 하는 틈틈이 사회 경험도 쌓고 있다. 광주문화재단, 광주비엔날레 등 지역의 대표 문화기관에서 행사 기획 관련 보조를 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취업 준비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공모전 참가나 문예지 투고 등을 통해 실력을 연마하고 싶다”는 그는 “문화예술 기관 쪽으로 취직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주위의 긍정적인 평판과 지원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생물공학과 학생이 시를 쓴다는 사실이 신기했나 봐요. 그러나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해줍니다.”

올 여름에는 ‘포엠포엠 시인선’에 최 씨의 시집이 나온다. 그동안 써왔던 작품 가운데 60여 편을 엄선했는데 벌써부터 설렌다고 한다.

21세기는 창의,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대다. 4차혁명시대에는 ‘글을 잘 쓰는 공대생’, ‘수학적·통계적 사고에 유연한 인문대생’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다. 최 씨의 문학적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