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광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익숙한 곳이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담양의 한빛고로 진학을 했거든요. 집을 떠나 담양에서 혼자 살았지만 낯설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김영희(36)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사에게 광주는 제2의 고향이다. 고등학교 때 쉬는 날이면 자주 시내(금남로)로 놀러 오곤 했다. 주말이면 금남로는 학생과 젊은이들로 활기가 돌았지만 뭔가 무거움이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청 분수대 앞에서 개최된 5·18 20주년 행사에 참가했던 기억도 생생하다”는 김 학예사는 “생각할수록 광주와의 인연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첫 발령지가 광주박물관이었다. 자연스레 고교시절의 기억이 떠올랐고 자신의 삶에서 광주가 떼래야 뗄 수 없는 고장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원 석사과정 전공분야가 불교 미술이었습니다. 남도에는 유서 깊은 사찰도 많이 있고 불교 미술 또한 나름의 맥을 형성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연구했던 분야와 일치되는 부분이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학예사의 첫 인상은 모범생 이미지였다. 한마디로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반듯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소신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다소의 ‘까칠함’도 느껴질 만큼 열정이나 프로의식도 만만치 않았다.
김 학예사는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올해로 만 15년이 넘게 미술사학 관련 공부를 해왔다. 교수나 강사 등과 같은 직업 연구자도 진로의 한 분야지만, 박물관 관련 전문 일을 하는 것도 적잖은 보람이다.
“박물관에 들어오기 전에는 국제교류나 보고서 발간 업무를 주로 했어요. 그러다 발령을 받자 이전과는 다른 업무를 맡게 됐지요. 처음 했던 일이 상설전시 ‘신안실’을 여는 일이었는데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뿐이었죠. 전공인 불교미술과도 동떨어진 분야여서 익숙해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크고 작은 전시 업무를 맡으면서 점차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서화실 개편을 2회에 걸쳐 진행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 5월에는 새로 소장하게 된 서화 구입 유물 위주로, 호남 화단의 대표 화가인 소치 허련의 작품 등 9건 29점을 소개했다. 10월 개편에서는 가을과 겨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가을의 꽃, 새, 풍경 등의 주제로 나누어 10건 28점의 작품을 현재까지 전시하고 있다.
김 학예사는 또한 “진행중인 ‘왕이 사랑한 보물’전시회(4월 8일까지)를 개최하면서 전시 기획과 진행에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며 “유물이 본래 전시되고 있는 드레스덴 레지덴츠궁전의 전시실을 재현한 사진을 벽면에 설치한 연출기법이 볼거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학예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언제나 무언가를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대학을 졸업하면 대학원까지 진학하는 것이 당연한 진로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문학과 역사를 좋아해 연구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미술사를 선택한 것은 고3 수능이 끝나고 어느 미술평론가의 책에 감명을 받고서였다. ‘그림을 글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정을 한 후, 미술사와 관련된 공부와 일은 평생의 업이 되었다.
올해도 김 학예사는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5월 석가탄신일을 맞아 근대의 대표적인 금어(金魚·단청이나 불화를 그리는 일에 종사하는 승려), 금용 일섭(金蓉 日燮, 1900-1975)에 대한 특별전을 계획하고 있다. “전공 분야이기도 해서 감회가 남다르다”는 그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근대기 사찰 불사의 면면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일섭 스님은 순천 송광사에서 출가하고 김제 부용사를 거점으로 전국적인 작품활동을 펼쳤습니다. 근대기에 활동했기 때문에 전통과 현대 불교미술을 연결하는 중요 인물이거든요.”
특별전과 아울러 학술대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 연구자들을 초청해 금용 일섭의 작품 활동이 근대 불교미술에서 갖는 의의를 고찰할 생각이다.
전시 기획, 학술대회 외에도 김 학예사는 학술 논문도 준비중이다. 금용 일섭 뿐 아니라 근대기 사찰불사의 큰 사건인 1935년 김제 금산사 미륵불 조성 입찰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김영희(36)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사에게 광주는 제2의 고향이다. 고등학교 때 쉬는 날이면 자주 시내(금남로)로 놀러 오곤 했다. 주말이면 금남로는 학생과 젊은이들로 활기가 돌았지만 뭔가 무거움이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청 분수대 앞에서 개최된 5·18 20주년 행사에 참가했던 기억도 생생하다”는 김 학예사는 “생각할수록 광주와의 인연이 신기하다”고 했다.
“대학원 석사과정 전공분야가 불교 미술이었습니다. 남도에는 유서 깊은 사찰도 많이 있고 불교 미술 또한 나름의 맥을 형성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연구했던 분야와 일치되는 부분이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학예사의 첫 인상은 모범생 이미지였다. 한마디로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반듯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소신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다소의 ‘까칠함’도 느껴질 만큼 열정이나 프로의식도 만만치 않았다.
“박물관에 들어오기 전에는 국제교류나 보고서 발간 업무를 주로 했어요. 그러다 발령을 받자 이전과는 다른 업무를 맡게 됐지요. 처음 했던 일이 상설전시 ‘신안실’을 여는 일이었는데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뿐이었죠. 전공인 불교미술과도 동떨어진 분야여서 익숙해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크고 작은 전시 업무를 맡으면서 점차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서화실 개편을 2회에 걸쳐 진행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 5월에는 새로 소장하게 된 서화 구입 유물 위주로, 호남 화단의 대표 화가인 소치 허련의 작품 등 9건 29점을 소개했다. 10월 개편에서는 가을과 겨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가을의 꽃, 새, 풍경 등의 주제로 나누어 10건 28점의 작품을 현재까지 전시하고 있다.
김 학예사는 또한 “진행중인 ‘왕이 사랑한 보물’전시회(4월 8일까지)를 개최하면서 전시 기획과 진행에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며 “유물이 본래 전시되고 있는 드레스덴 레지덴츠궁전의 전시실을 재현한 사진을 벽면에 설치한 연출기법이 볼거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학예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언제나 무언가를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대학을 졸업하면 대학원까지 진학하는 것이 당연한 진로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문학과 역사를 좋아해 연구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미술사를 선택한 것은 고3 수능이 끝나고 어느 미술평론가의 책에 감명을 받고서였다. ‘그림을 글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정을 한 후, 미술사와 관련된 공부와 일은 평생의 업이 되었다.
올해도 김 학예사는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5월 석가탄신일을 맞아 근대의 대표적인 금어(金魚·단청이나 불화를 그리는 일에 종사하는 승려), 금용 일섭(金蓉 日燮, 1900-1975)에 대한 특별전을 계획하고 있다. “전공 분야이기도 해서 감회가 남다르다”는 그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근대기 사찰 불사의 면면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일섭 스님은 순천 송광사에서 출가하고 김제 부용사를 거점으로 전국적인 작품활동을 펼쳤습니다. 근대기에 활동했기 때문에 전통과 현대 불교미술을 연결하는 중요 인물이거든요.”
특별전과 아울러 학술대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 연구자들을 초청해 금용 일섭의 작품 활동이 근대 불교미술에서 갖는 의의를 고찰할 생각이다.
전시 기획, 학술대회 외에도 김 학예사는 학술 논문도 준비중이다. 금용 일섭 뿐 아니라 근대기 사찰불사의 큰 사건인 1935년 김제 금산사 미륵불 조성 입찰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