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자 동화작가(49)는 어린 시절 산 속 외딴집 기억이 동화를 쓰는 계기가 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웃이라고는 100미터쯤 떨어진 작은 암자가 전부인 오지에서 살았다. 유년의 시절 자연과 벗했던 감성이 지금의 동화를 쓰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했을 터였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겨울이면 길 양쪽으로 키보다 높은 눈 벽을 만들곤 했어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는 건 그 눈 벽 때문인 것 같아요. 외딴 곳에 살면 누구라도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더라구요.”
안수자 작가는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학교에 다녔다. 아침마다 터덜터덜 걸어 등교하는 길은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안 작가는 “나무가 겅중겅중 나와 함께 걷는다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동물들과 풀꽃들이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수은주가 떨어져 제법 추운 날씨였다. 광천동에 자리한 이성자동화연구소에서 안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이곳으로 나와 동료, 선후배들과 동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를 한다고 했다.
안 작가의 첫 인상은 수더분하고 편안해보였다. 예의 동화를 쓰는 사람 특유의 느낌이려니 싶었다. 그러나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동화적 감성과 열정은 사뭇 날카로웠다. 자신만의 세계를 묵묵히 개척해온 이의 단단한 내공이 자연스레 배어나왔다.
함평 출신의 안 작가는 201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귓속에 사는 무당거미’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동화 ‘뿌사리’로 안데르센문학상(2013년)을 수상했으며 장편동화집 ‘우주나무 정거장’으로 MBC창작동화대상(2015년)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장편 동화 ‘파랑게르치 날다’와 단편동화집 ‘느티나무 괴물들’, 청소년소설 ‘모해를 찾아라’를 펴냈다.
이렇듯 안 작가는 신춘문예 등단 이후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녀는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동화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제가 쓴 이야기에 상처 받는 어린이가 생기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안 작가는 3남5녀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났다. 자식 욕심이 많은 부모님 덕분에 집안은 늘 북적거렸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해 일찍부터 ‘결핍’을 경험했고 ‘내성’을 길러야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완전히 독립해야 했습니다. 경제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이나 모두요. 직장에 다니면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죠.”
그녀는 33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다. 그 즈음 문학을 접하게 됐는데, 내면에 잠재돼 있던 문학에 대한 열망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곧바로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에 만학도가 된다. 그러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국문과를 졸업하고는 광주교대 아동문학교육과에 진학해 작년에서야 석사과정을 마친다.
돌아보면 그렇게 평탄한 삶은 아니었다. 산촌 오지에서의 출생도 그렇고 공부하는 과정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산골에서 체득된 동화적 감성은 그녀의 내면에 글쓰기라는 불을 지폈다. 마침내 2011년 신춘문예를 통해 동화작가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신춘문예 이후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작품이 잘 써지지 않았다.
“내가 동화작가로서의 소질이 있는가, 확신이 서지 않아서 불안했어요. 그 무렵 ‘글을 머리나 소질로 쓰는 사람은 1%도 안 된다. 대부분은 엉덩이로 쓴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현재 안 작가는 페루를 배경으로 한 장편 판타지 동화를 쓰고 있는 중이다. 또한 3월쯤에는 그림책도 발간 될 예정이다.
그림책은 ‘단자단지’에 관한 동화다. 예전 시골에서 제삿날 저녁에 펼쳐졌던 전통놀이라고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 성행했던 놀이지만 지금은 없어져버려,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창작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오래 전 시골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나면 음식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어요. 동네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적어 비행기를 만들어 단자단지에 넣어 두거든요. 그리고 제사가 끝날 무렵에 단자단지와 함께 날려 보냅니다. 그러면 제사를 지내는 집에서 종이를 보고 음식을 단자에 넣어두는 거죠.”
페루를 배경으로 하는 동화는 전형적인 판타지 물이다. 공부를 하면서 판타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이를 형상화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안 작가는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마추피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며 “당시의 사람을 찾기 위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으로 그려낸 동화”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동화는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안 작가는 그럼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연, 모든 생명들에 대한 소중함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겨울이면 길 양쪽으로 키보다 높은 눈 벽을 만들곤 했어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는 건 그 눈 벽 때문인 것 같아요. 외딴 곳에 살면 누구라도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더라구요.”
새해 들어 수은주가 떨어져 제법 추운 날씨였다. 광천동에 자리한 이성자동화연구소에서 안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매일 출근하다시피 이곳으로 나와 동료, 선후배들과 동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공부를 한다고 했다.
안 작가의 첫 인상은 수더분하고 편안해보였다. 예의 동화를 쓰는 사람 특유의 느낌이려니 싶었다. 그러나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동화적 감성과 열정은 사뭇 날카로웠다. 자신만의 세계를 묵묵히 개척해온 이의 단단한 내공이 자연스레 배어나왔다.
이렇듯 안 작가는 신춘문예 등단 이후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녀는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동화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제가 쓴 이야기에 상처 받는 어린이가 생기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안 작가는 3남5녀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났다. 자식 욕심이 많은 부모님 덕분에 집안은 늘 북적거렸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해 일찍부터 ‘결핍’을 경험했고 ‘내성’을 길러야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완전히 독립해야 했습니다. 경제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이나 모두요. 직장에 다니면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죠.”
그녀는 33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다. 그 즈음 문학을 접하게 됐는데, 내면에 잠재돼 있던 문학에 대한 열망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곧바로 방송통신대 국문과에 입학에 만학도가 된다. 그러나 도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국문과를 졸업하고는 광주교대 아동문학교육과에 진학해 작년에서야 석사과정을 마친다.
돌아보면 그렇게 평탄한 삶은 아니었다. 산촌 오지에서의 출생도 그렇고 공부하는 과정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산골에서 체득된 동화적 감성은 그녀의 내면에 글쓰기라는 불을 지폈다. 마침내 2011년 신춘문예를 통해 동화작가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신춘문예 이후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작품이 잘 써지지 않았다.
“내가 동화작가로서의 소질이 있는가, 확신이 서지 않아서 불안했어요. 그 무렵 ‘글을 머리나 소질로 쓰는 사람은 1%도 안 된다. 대부분은 엉덩이로 쓴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현재 안 작가는 페루를 배경으로 한 장편 판타지 동화를 쓰고 있는 중이다. 또한 3월쯤에는 그림책도 발간 될 예정이다.
그림책은 ‘단자단지’에 관한 동화다. 예전 시골에서 제삿날 저녁에 펼쳐졌던 전통놀이라고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 성행했던 놀이지만 지금은 없어져버려,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창작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오래 전 시골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나면 음식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어요. 동네 아이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적어 비행기를 만들어 단자단지에 넣어 두거든요. 그리고 제사가 끝날 무렵에 단자단지와 함께 날려 보냅니다. 그러면 제사를 지내는 집에서 종이를 보고 음식을 단자에 넣어두는 거죠.”
페루를 배경으로 하는 동화는 전형적인 판타지 물이다. 공부를 하면서 판타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이를 형상화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안 작가는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마추피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며 “당시의 사람을 찾기 위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으로 그려낸 동화”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동화는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안 작가는 그럼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연, 모든 생명들에 대한 소중함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