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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영화 속 패션 알고 보면 영화가 더 재밌다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 - 진경옥 지음
2017년 12월 15일(금) 00:00
“영화 의상은 배우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효과에 공헌해야 한다.”

프랑스 영화감독 니콜 베드레의 말이다. 즉 영화의상은 배우의 특별한 배역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을 진경옥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영화 속 패션을 알면 영화가 훨씬 재미있어진다”고 풀이한다.

진 교수의 말은 “등장인물의 모든 감정이 의상을 통해서 나타나야 되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영화의상은 장면이 바뀔 때 입고 나오는 의상만으로도 스토리 전개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수렴된다.

일반적인 패션은 영화를 통해 유행돼 왔다. 대중매체 가운데 폭넓게 사랑을 받는 분야가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의상은 스토리텔링 견인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당대의 패션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요 텍스트라는 의미로 전이되는 이유다.

누구나 사랑받는 청바지는 1930년대 카우보이 영화를 기점으로 유행이 시작됐다. 1953년 말론 브란도는 깡패 두목으로 출연한 영화 ‘위험한 질주’에서 청바지를 입었다. 제임스 딘 역시 1955년 제작된 ‘이유 없는 반항’에서 청바지를 착용했다. 두 배우의 사례는 청바지가 젊음의 이미지로 확실하게 각인된 계기를 만들었다.

나아가 청바지는, 특히 여성이 입었을 때는 이전 시대의 가부장적 제도에 도전한다는 함의를 지녔다. 페미니즘 영화의 진수 ‘델마와 루이스’는 여성 청바지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까지 담아냈었다. 청바지가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시크한 이미지”로 자리 잡는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방증이다.

이와 같이 진경옥 교수가 펴낸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는 패션과 영화의 관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저자는 10개의 주제에 37편의 영화를 대입해 의상이 어떻게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 변화를 나타내는지 초점을 맞춘다. 전작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에서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주목했던 저자는 이번에는 패션을 토대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영화 ‘블랙스완’에서 주인공 의상이 화이트에서 블랙으로 변하는 과정은 분열된 자아의 심리를 드러낸다. 비대칭 디자인의 아방가르드한 발레 의상을 한 주인공 나나가 흑조로 변한 모습은 잔혹하리만큼 강렬하다.

‘위대한 개츠비’의 플래퍼 룩과 개츠비 룩의 스타일이나 색감은 엇갈린 주인공 남녀의 심리와 연결된다. 영화 ‘색, 계’에서 청록색 치파오를 입은 마부 역의 탕웨이, ‘레미제라블’의 공장 노동자인 판틴 역의 엔 헤서웨이의 옷차림도 처지와 심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패션역사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의상에 대한 이야기도 이채롭다. 영화와 함께 풀어내는 당대 사회사는 실제 스크린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입은 트렌치 코트, 1951년 말론 브란도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입은 티셔츠,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은 후드 티셔츠” 등이 그러한 예다.

그뿐 아니다. 1977년 영화 ‘애니홀’의 다이앤 키튼이 입은 여성 바지정장, 최근에 상영됐던 ‘킹스맨’의 신사복 정장은 “패션은 당대를 대변한다”는 명제에 부합하는 옷차림으로 손색이 없다.

영화의 장르가 다양하고 이야기 주제가 다채로운 만큼 의상도 각양각색이고 스펙타클하다. ‘섹스 앤더 시티2’의 액세서리, 보석을 장식한 의상과 빈티지한 차림은 뉴욕 패셔니스타 언니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보여준다. ‘레미제라블’이나 ‘타이타닉’ 같은 시대극에는 단순한 사건을 넘어 오늘의 시대로 재소환되는 이야기의 역동성도 담겨 있다.

이처럼 영화의 패션은 흥미진진한 서사를 넘어 트렌드를 견인하는 매개체가 된다.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다음과 같은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화에는 스타일이 녹아 있다. 그래서 영화는 스타일의 교과서다.” 〈산지니·1만98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인 박성천 기자는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에 출강중이며 소설집 ‘메스를 드는 시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