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영화 ‘옥자’를 제작한 봉준호(48) 감독이 광주극장을 찾았다. 영화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를 지키려는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소녀와 동물이 교감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펼지는 ‘옥자’의 겉모습은 마치 동화같지만 그 안에는 속에 공장식 축산과 야만적인 식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이날 봉 감독은 오후 7시 영화 ‘옥자’가 끝나고 약 1시간 동안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600여명의 관객들이 광주극장을 찾아 봉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만든 영화 ‘옥자’는 칸 영화제 때부터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에 대한 논란을 자아냈다. 영화 외적인 논란으로 더욱 뜨거운 영화가 된 ‘옥자’.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언론매체 기사를 보면 아실 테지만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서는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디지털 스트리밍 기반의 독특한 회사다. 이로 인해 극장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트러블도 많았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여러 극장을 방문하게 됐고, 여러 가지 것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광주극장뿐 아니라 인천, 집 근처 아트나인 등 여러 극장을 방문했는데 소중한 체험이 된 것 같다. ‘옥자’를 위해 가깝지도 않은 먼 극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옥자’를 통해 진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을 만난 거 같아 좋다.
-‘옥자’ 개봉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옥자’는 육식을 반대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한 것을 봤다. 하지만, 육식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아낸 것 같은데 어떤 게 맞나.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이제 돼지 고기를 어떻게 먹나. 부모님이 돼지고깃집 운영하시는 분은 어떻게 사나?’ 등의 의견이 있더라. 삼겹살 팔아 자식 대학보내분도 있다. 무조건 육식에 반대해 당장 고기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먼 미래를 봤을 때 공장식 축산업과 고기소비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옥자’를 위해 미국에 있는 대형 공장식 축산업체와 도살장을 방문했다.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니 인간과 동물이 함께 비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보니 채식주의자로 살고 싶지만 실천이 어렵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고기를 먹는것이 위선적인가.
▲미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닭백숙이다. 매운탕을 끓여먹기 위해 물고기도 싱싱하게 보관한다. 우리 대다수도 동물을 사랑하면서 삼겹살도 먹는다. 육식하는 사람이 모두 동물을 학대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대량생산에 동물을 편입시킨 공장식 축산이다. 지금 같은 축산업을 유지하면 소요되는 물과 사료, 메탄가스와 폐수로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수학적으로 지탱이 불가능하다. 전 인류가 합의해 육식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동물권 옹호와 채식주의를 유난 떠는 행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완전채식을 하건 1년에 한번 개를 먹건 그것은 개인이 알아서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산술적으로만 봐도 환경 재앙이다.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이 봉 감독을 군주로 치면 성군, 장군으로 치면 덕장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 인터뷰를 봤다. 과찬이다. 민망하다. 통역하시는 분의 실수가 아닐까. 사실 성격이 소심해서 스텝들한테 화를 못 낸다. 구석에 가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다리우스 콘지 감독은 대학에서 영화동아리 할 때부터 존경했던 분이다. 예술가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다정다감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번 영화를 위해 한국에 처음 방문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중 할아버지 역인 변희봉의 오른쪽 눈이 약간 흐리게 나온다. 많은 주인공 중 변희봉의 눈을 백내장처럼 설정한 이유는.
▲변희봉의 제안이었다. 나이가 들면 눈 색도 탁해진다. 산에 사는 노인네, 안과에 잘 가지 않는 노인네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촬영내내 렌즈를 낀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은 비관적이면서도 낙관적이다. 영화 ‘옥자’의 마지막에 희망을 남겨둔다. 희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상투적인 표현을 쓰자면 ‘실낱같은 희망’이 적절하다. 희망은제일 실낱같을때 제일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크키가 12t트럭처럼 크다면 의미없지 않나. 힘들지만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살자는 뜻이다. 사실 사는게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짧은 한국사에서도 힘든경우가 많았다. 작년10월에 있었던 일도 작은 태블릿pc하나가 책상에서 나온 것부터해서... 국민들이 큰 상처를 받지 않았나. 503번 그분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힘들고 화나는 일도 많지만 가끔 친구들과 지인들과 모여서 영화도 보고 하는 것이 좋지 않나. 현재 이 광경(시간을 내 영화를 보러 온 것) 자체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영화 마지막에 옥자와 미자가 집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옥자가 미자한테 귓속말을 하는데 무슨 이야기인가.
▲나도 되게 궁금하다. 궁금하면서 ‘이게 뭘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귓속말이 2번 나온다. 반려견 키우시는 분들 언어가 다르고 무슨말인지 몰라도 강아지하고 이야기 많이 하지 않나. 사람들이 영화에서 가장 집중할만한 순간에 귓속말을 하는 장면을 넣고 싶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하지만 미자와 옥자는 소울메이트답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서로 알아듣는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미자와 옥자를 가장 좋아한다. 미자는 마치 허들을 부수며 뛰어가는 느낌이다. 극 중에서도 뭔가 부서뜨리는 장면이 많다. 저 아이를 어떻게 막나, 저 아이는 아무도 못 말려’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다. 강인한 소녀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옥자는 150여 명의 스탭들이 1년정도 달라붙어 만든 캐릭터라 애착이 안갈 수가 없다.
/전은재기자 ej6621@kwangju.co.kr
소녀와 동물이 교감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펼지는 ‘옥자’의 겉모습은 마치 동화같지만 그 안에는 속에 공장식 축산과 야만적인 식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이날 봉 감독은 오후 7시 영화 ‘옥자’가 끝나고 약 1시간 동안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600여명의 관객들이 광주극장을 찾아 봉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언론매체 기사를 보면 아실 테지만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서는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넷플릭스는 디지털 스트리밍 기반의 독특한 회사다. 이로 인해 극장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트러블도 많았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여러 극장을 방문하게 됐고, 여러 가지 것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광주극장뿐 아니라 인천, 집 근처 아트나인 등 여러 극장을 방문했는데 소중한 체험이 된 것 같다. ‘옥자’를 위해 가깝지도 않은 먼 극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옥자’를 통해 진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을 만난 거 같아 좋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이제 돼지 고기를 어떻게 먹나. 부모님이 돼지고깃집 운영하시는 분은 어떻게 사나?’ 등의 의견이 있더라. 삼겹살 팔아 자식 대학보내분도 있다. 무조건 육식에 반대해 당장 고기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먼 미래를 봤을 때 공장식 축산업과 고기소비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옥자’를 위해 미국에 있는 대형 공장식 축산업체와 도살장을 방문했다.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니 인간과 동물이 함께 비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를 보니 채식주의자로 살고 싶지만 실천이 어렵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고기를 먹는것이 위선적인가.
▲미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닭백숙이다. 매운탕을 끓여먹기 위해 물고기도 싱싱하게 보관한다. 우리 대다수도 동물을 사랑하면서 삼겹살도 먹는다. 육식하는 사람이 모두 동물을 학대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대량생산에 동물을 편입시킨 공장식 축산이다. 지금 같은 축산업을 유지하면 소요되는 물과 사료, 메탄가스와 폐수로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수학적으로 지탱이 불가능하다. 전 인류가 합의해 육식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동물권 옹호와 채식주의를 유난 떠는 행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완전채식을 하건 1년에 한번 개를 먹건 그것은 개인이 알아서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산술적으로만 봐도 환경 재앙이다.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이 봉 감독을 군주로 치면 성군, 장군으로 치면 덕장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그 인터뷰를 봤다. 과찬이다. 민망하다. 통역하시는 분의 실수가 아닐까. 사실 성격이 소심해서 스텝들한테 화를 못 낸다. 구석에 가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다리우스 콘지 감독은 대학에서 영화동아리 할 때부터 존경했던 분이다. 예술가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다정다감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번 영화를 위해 한국에 처음 방문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중 할아버지 역인 변희봉의 오른쪽 눈이 약간 흐리게 나온다. 많은 주인공 중 변희봉의 눈을 백내장처럼 설정한 이유는.
▲변희봉의 제안이었다. 나이가 들면 눈 색도 탁해진다. 산에 사는 노인네, 안과에 잘 가지 않는 노인네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촬영내내 렌즈를 낀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은 비관적이면서도 낙관적이다. 영화 ‘옥자’의 마지막에 희망을 남겨둔다. 희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상투적인 표현을 쓰자면 ‘실낱같은 희망’이 적절하다. 희망은제일 실낱같을때 제일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크키가 12t트럭처럼 크다면 의미없지 않나. 힘들지만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살자는 뜻이다. 사실 사는게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짧은 한국사에서도 힘든경우가 많았다. 작년10월에 있었던 일도 작은 태블릿pc하나가 책상에서 나온 것부터해서... 국민들이 큰 상처를 받지 않았나. 503번 그분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힘들고 화나는 일도 많지만 가끔 친구들과 지인들과 모여서 영화도 보고 하는 것이 좋지 않나. 현재 이 광경(시간을 내 영화를 보러 온 것) 자체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영화 마지막에 옥자와 미자가 집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옥자가 미자한테 귓속말을 하는데 무슨 이야기인가.
▲나도 되게 궁금하다. 궁금하면서 ‘이게 뭘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귓속말이 2번 나온다. 반려견 키우시는 분들 언어가 다르고 무슨말인지 몰라도 강아지하고 이야기 많이 하지 않나. 사람들이 영화에서 가장 집중할만한 순간에 귓속말을 하는 장면을 넣고 싶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하지만 미자와 옥자는 소울메이트답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서로 알아듣는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미자와 옥자를 가장 좋아한다. 미자는 마치 허들을 부수며 뛰어가는 느낌이다. 극 중에서도 뭔가 부서뜨리는 장면이 많다. 저 아이를 어떻게 막나, 저 아이는 아무도 못 말려’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다. 강인한 소녀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옥자는 150여 명의 스탭들이 1년정도 달라붙어 만든 캐릭터라 애착이 안갈 수가 없다.
/전은재기자 ej662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