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꿈과 실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영광군 법성면 ‘청산양만영어조합법인’ 서지훈(34) 관리소장은 연봉 1200만원의 ‘말단 직원’에서 연봉 7000만원의 관리직으로 ‘승승장구’하며 ‘청년취업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다.

고향 신안에서 신안해양과학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전공을 살려 당시 여수대학교(현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양식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2006년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였다. 친구들처럼 ‘수산직 공무원’을 준비했고, 혹시 몰라 교직도 이수했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마음 깊은 곳에 뿌리박힌 욕심은 버릴 수 없더라고요. 충분한 발전가능성, 미래를 보고 뛰어들었습니다.”

서 소장은 민물장어 양식에 꽂혔다. 갓 대학을 졸업한 탓에 수억원에 달하는 사업자금 확보가 어려웠다. 그럴 바에야 취업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꿈을 그렸다. 그 회사가 청산양만영어조합법인이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잡일부터 배웠죠. 사료도 주고, 청소도 하면서…. 생물 양식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그는 일이 힘겨웠지만 직원이 아닌 경영자 입장에서 회사를 바라봤다.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춘 ‘안전한 먹을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았다. 묵묵히 1년간 준비과정을 거쳤다. 일이 끝나면 다시 양식장에 들어가 실험을 했다.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자 그는 회사에 ‘무항생제 장어양식’을 제안했다.

“장어는 ‘항생제 덩어리’라는 인식이 아직도 많아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자체적인 무항생제 장어 양식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어류양식 부분에서 항생제가 없는 유기수산물을 인증받고 관리한 것은 국내 최초였다. 현재 무항생제 장어양식은 ‘청산양만영어조합법인’이 성장하는 동력이 됐다.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인식도 퍼졌고, 장어 특유의 ‘흙냄새’도 잡아냈다.

서 소장은 “장어 육질에서 나는 흙냄새는 그동안 사료나 물속 미생물 때문이라고 알려졌으나 제가 연구한 결과 원인은 ‘사육환경’에 숨어있었다”며 “사육환경에 따라 육질과 육즙, 성장속도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는데, 이건 절대 알려줄 수 없는 ‘특급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가지 문제 개선에 나섰다. 바로 유통과정이었다.

“장어는 중간 유통업자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돼 왔어요. 제 노력의 결실인 장어가 중개인의 말 한마디에 따라 값어치와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안타까웠습니다. 회사도, 저도 성장을 위해선 개선해야할 과제라고 봤습니다.”

유통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한 게 ‘직매장’이다. 2년 전 영광군 법성면에 직매장 ‘장어명가청산’을 열었다.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입소문 나면서 광주와 전북 전주, 경기 일산과 경북 대구 등 매장이 6개까지 늘었다.

서 소장은 후배들의 안정적인 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수산학 관련 졸업생들이 전공을 찾아 취업하는 경우도 극히 일부고, 취업해도 이직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현장경험을 원하는 모교 후배들을 고용하거나, 장학금을 기탁하며 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창업하는 모든 이가 성공할 수는 없잖아요. 현장경험을 쌓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이곳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