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이 전시관 2층 서화실을 개편, 남도 문인화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새로운 서화실은 ‘새로 만난 남도의 그림’을 주제로, 박물관이 지금까지 구입한 서화 유물 가운데 미공개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소치 허련(1808-1893)을 비롯해 조선 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호남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회화 29점을 선보인다.

허련은 조선 말기 남종화 맥을 잇는 화가로, 손자 대에 이르기까지 호남 지역에서 전통회화 일가를 이뤘다. 이번 개편에서는 ‘육법묘운’ 화첩과 ‘서화첩’, ‘묵모란도병풍’이 전시된다.

허련의 장남 미산 허은(1831-1865)은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으나 35세 나이에 요절한 인물이다. 허은의 호 ‘미산’은 10여년 후 동생 허형(1862-1938)이 물려받아, 각각 큰 미산(大米山), 작은 미산(小米山)으로 부르기도 한다. 허은의 작품은 수량이 많지 않아 희귀성이 높다. 전시실에는 기묘한 바위와 소나무를 그린 ‘괴석송도’가 공개된다.

허련의 손자이며 허형의 아들인 남농 허건(1908-1987)은 조선미술전람회에 10여 차례 입선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남종문인화의 요소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실경 사생의 면모를 보이는 ‘산수도’가 소개된다.

허련의 일가인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산수도’도 만날 수 있다. 허백련은 허형에게 그림을 배웠으며 1922년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등 없는 2등상을 받으며 전통화단에 등장했다. 안개 낀 경치를 그린 ‘산수도’는 중국 전통 화법을 독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또 허련을 사사한 해남 출신 미방 김익로(1845-1915)가 남긴 ‘괴석도’를 전시한다. 이 작품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바위 그림으로, 시·서·화를 갖춘 김익로의 선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밖에 화순 출신 문인화가 사호 송수면(1847-1916) 작품 ‘묵죽도’도 배치한다. 송수면은 대나무 그림에 능했으며 조선 중기 전통 화풍을 고수했다. ‘묵죽도’는 먹 농담을 달리하며 다양한 형태로 대나무를 표현했다.

문의 062-570-7034.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