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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 “함께하겠다” 세월호의 슬픔과 상처 책으로 위로하다
추모 서적 잇따라 출간
2017년 04월 17일(월) 00:00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만 3년이 지났다.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시간은 한국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정의와 감당할 수 없는 정의의 간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슬픔과 상처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세월호의 녹슨 선체를 바라보는 이들은 참사의 진상이 조속히 밝혀지고 미수습자들 유해가 하루속히 발견되기를 기원한다. 이 같은 바람의 이면에는 동일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놓여 있다. 출판계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다양한 관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책들이 출간됐다. 3주기를 맞아 발간된 세월호 관련 책들을 소개한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김탁환)= 역사소설가 김탁환은 참사 이후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기획하고 진행자로 나섰으며 진상규명과 유가족 돕기를 위해 폭넓은 활동을 벌여왔다. 그 같은 활동 속에서도 본업인 소설 쓰기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을 피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는 세월호 참사가 작가에게 가한 존재론적 충격이 뜨겁게 부딪쳐 빚어낸 성과다.

한마디로 소설은 끔찍한 불행 앞에서도 침몰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두 8편의 소설에는 “심장을 바꿔 끼운다”는 저자의 표현만큼이나 헌신이 녹아 있다. 제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저자는 “끔찍한 불행 앞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참사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목소리와 작은 희망들을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백상현)= 책은 유가족들의 투쟁을 공동체에 출현하는 진리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이를 증명하려는 시도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지난 3년의 투쟁은 단지 유가족들의 개별적인 투쟁이 아니라고 본다. 한없이 나약해보였던 눈물 흘리는 자들의 투쟁이 어떻게 공동체의 미래를 창안해낼 수 있는지, 공동체의 각성을 이야기한다.

이 같은 전제는 유가족들의 슬픔과 방황이 우리의 현재를 흔들고,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책의 부제는 ‘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이다. 다소 무거운 부제는, 저자가 왜 철학의 언어로 세월호를 이야기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슬픔과 조난의 고독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철학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며 “그들과 함께 슬퍼하고, 조난에 동참하고, 그들의 방황이 말해지고 긍정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언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나먼 세월호(권영빈)=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다.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가의 탐욕, 참사를 야기한 잘못된 제도,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의 무책임이 드러났다. 국회는 세월호 참사의 극복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고 이에 근거해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었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특조위의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권영빈 변호사가 출간한 ‘머나먼 세월호’는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행태 등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정부가 조사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강제 해산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담겨 있다. 특히 정부의 위법 부당한 조치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조사 방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난을 묻다(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재난참사기억프로젝트팀)= 남영호 침몰사건(1979), 씨랜드 청소년수련의집 화재참사(1999), 대구지하철 화재참사(2003), 춘천봉사활동 산사태참사(2011), 여수국가산단 대림산업 폭발참사(2013), 태안해병대캠프 참사(2013), 장성효사랑요양병원 화재참사(2014). 위의 일곱 건의 참사는 한국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고다. ‘금요일엔 돌아오렴’과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등 두 권의 책을 펴낸 바 있는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세월호와 함께 과거의 재난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저자들은 꼬박 2년 6개월이 걸린 작업 기간, 피해자를 수소문하고 유가족을 인터뷰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할애해 결과물을 완성했다. 각 참사를 다룬 장과 장 사이에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글이 실려 있다. 특히 과거 국가와 자본이 외면하고 억눌렀던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한유미)=많은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사람들을 잊지 않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은 세월호 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가 기획하고 대책위 활동가로 활약 중인 한유미씨가 펴냈다. 책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됐다. 출간된 책을 후원인의 이름으로 세월호 가족들에게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기록하고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다.

책에 담긴 모두 열 편의 이야기에는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공연한 고등학생 등 감동적인 사연이 수록돼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공통의 약속으로 수렴된다.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