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 경기 뿐이라 말을 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이대진 코치의 목소리에는 뿌듯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KIA 타이거즈의 96년생 고졸 신인 박정수가 마운드 복덩이로 떠올랐다. 박정수는 지난 8일 넥센과의 원정경기에서 프로 첫 선발 등판을 소화했다. 에이스 양현종의 부상과 김병현 등의 부진 속에 막내 박정수에게 기회이자 어려운 짐이 주어진 것이다.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막내 박정수는 씩씩했다. 넥센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5이닝 2실점의 호투를 선보였다. 볼넷은 2개, 탈삼진은 7개를 기록했다. 비록 야탑고 선배 윤석민의 블론 세이브로 프로 첫 승을 날리기는 했지만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박정수는 지난 3일 kt전에서는 스틴슨이 일찍 무너지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이닝 4실점(2자책)의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팬들에게도 낯설었던 이름. 그러나 박정수는 이대진 투수 코치가 미리 점찍어둔 자원이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서 박정수의 이름이 KIA 선수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잠시 1군에 등록돼 3일 두산을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르며 짧지만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마운드 위기가 찾아오자 다시 박정수가 등장을 했다. 이번에는 더 강렬한 모습이었다.

이대진 코치는 “2군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6이닝 이상 성적을 내줬다. 1회와 6회 스피드 차이가 거의 없기도 했다”고 박정수의 1군 콜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일찍부터 눈여겨봤던 점은 고졸 신인 답지 않은 ‘의욕’이었다.

이 코치는 “캠프 기간 어리지만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선수가 악착같이 참고 하더라. 버티는 힘도 있고 본인이 충분히 코치에게 어필을 했다. 신인이라 어차피 의욕은 넘치고 몸 상태도 아직 프로에 맞게 준비되지 않은 만큼 천천히 지켜봤다. 처음부터 무리를 하면 부상이 올 수 있고 144경기를 해야하는 과정도 중요했다. 2군에서 꾸준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꾸준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선배들도 어리지만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고 따르는 박정수를 ‘꼬맹이’라고 부르며 각별하게 챙기고 있다.

‘아직 한 경기’라고 냉정한 평가는 했지만 기대감도 크다.

이 코치는 “오른손 왼손 모두에게 통하는 체인지업이 있고, 커브가 치기 힘든 각이다. 언더에 커브 슬라이더도 좋고 무엇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좋은 선수다. 본인이 스스로 이 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앞으로 위기도 있겠지만 잘 이겨내고 꾸준한 모습 보여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