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요리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먹방’ ‘쿡방’이 대세라 요리하는 남자들이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고 한다. 딸아이의 열광에 이끌려 함께 본 요리 프로그램에 덩달아 빠져들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일품요리를 완성하는 ‘요리 배틀’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세프들의 현란한 솜씨에 감동이 밀려든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이토록 드라마틱하고 예술적일 수 있을까 싶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찬탄은 비단 요즘 사람들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동서고금을 통해 화가들은 음식이 있는 식탁을 자주 그렸고, 식재료들을 정물로 남긴 이름난 작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세잔, 고흐, 달리, 피카소,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은 새로운 화풍으로 한 시대를 앞서 이끌었었던 대표적인 화가들이지만 음식을 소재로 창작 영역을 넓혔던 이들이기도 하다.

1863년 나폴레옹 3세의 승인을 받아 열린 ‘낙선자 전시회’에 ‘풀밭 위의 점심식사’ ‘올랭피아’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당시 미술계에서 스캔들의 중심에 섰던 에두아르 마네(1832∼1883). 그의 ‘아스파라거스 다발’(1880년 작)도 지극히 평범한 소재라서 놀라움을 준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19세기 프랑스에서 단지 식재료에 불과한 아스파라거스가 마네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새삼스럽게 미적 대상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마네의 상상력을 높이 산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이 작품에 대해 “보잘 것 없는 아스파라거스 줄기의 미묘한 개체성, 특유의 빛깔과 색조의 변화에서 소박한 채소를 구원했고,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의 한 이상을 보여 준다”고 격찬했다.

‘정물은 회화의 시금석’이라 강조했던 마네답게,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 와 ‘올랭피아’는 엄혹한 비난을 받았지만 그 그림 속의 정물인 피크닉바구니와 꽃다발은 당시 비평가들에게 만장일치로 뛰어난 솜씨임을 인정받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