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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싸고 노는 집의 내밀한 역사
하우스 스캔들
루시 워슬리 지음
2015년 02월 27일(금) 00:00
산부인과 병원이 생기기 시작한 18세기까지 대부분의 사람은 집에서 태어났다. 인생은 침실에서 출발했고, 대개의 경우 침실에서 막을 내렸을 것이다… 중세의 임산부 사망률은 임신 50회당 1회였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10여 차례 출산한 점을 고려할 때 생식력이 좋은 여성의 사망 가능성은 급격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튜더 왕조 시대의 임신부들은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분만에 앞서 으레 남편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본문 중에서)

집에도 역사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집의 모든 공간과 물건에는 역사가 있다. 집에서는 여러 행위가 일어난다. 먹고, 자고, 싸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이뤄진다. 본능적 욕구 외에 놀고, 만나며 섹스와 같은 성행위도 이뤄진다.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여러 공간과 다양한 물건을 접하며 나름의 행위를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침실과 욕실, 주방, 거실, 베란다 등은 사람들이 무슨 행위를 하는지 안다.

영국의 주목받는 역사학자로 꼽히는 루시 워슬리가 펴낸 ‘하우스 스캔들’은 집에 얽힌 문화사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일화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인문적 탐색은 묘한 호기심과 재미를 선사한다.

제목부터 ‘하우스 스캔들’이다. 집과 모든 물건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농가에서 궁전까지를 망라한 집의 역사를 다룬 BBC 시리즈에 참여하면서 책을 기획했다.

책에 수록된 인간의 생활사는 디테일한 것부터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침대의 역사, 질병, 성병, 수면의 역사, 화장과 화장실, 욕실의 탄생, 화장지의 역사, 죽음과 장례식 등 많은 부분을 망라한다. 때로는 낯 뜨겁지만 매력적인 생활사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침실의 내밀한 역사만 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침실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다. 노크 없이 불쑥 들어가는 것은 무례 그 자체다. 그러나 중세시대에는 수면 목적을 위한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쉬거나 먹으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침실이었다. 독립적인 방에서 자기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는 것은 매우 근대적인 개념이었다.

욕실 또한 만만찮은 변화를 겪었다. 사실 욕실의 역사는 사회적 관습과 청결을 둘러싼 관념의 발전에 좌우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씻기 위한 독립적인 방은 적어도 20세기 중반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즉 배관 설비 향상이 변화를 주도했다기보다 인식의 변화를 따라 변모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거실에 대해서도 문화사적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거실이 여러 특화된 공간(예컨대 응접실, 담화실, 흡연실 등)으로 발전하게 된 원인을 예절의식에서 찾는다. 청혼, 결혼피로연, 연회 같은 행사에서 사람들의 처신은 고스란히 노출되기 마련이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소비사회가 형성되면서 중산층은 가구와 비품을 비치하기 위한 치장에 신경을 써야 했다.

이처럼 집의 공간과 물건의 문화사적 변모는 몸을 바라보는 관점(개념)과 결부된다. 다시 말해 몸을 돌보는 미세한 차이에 의해 파생되었던 것이다. 몸과 관련되었기에 은밀하고 적나라하면서도 이색적이며 달콤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간단하다.

“책에는 사소하고 이상하고 기발하며 얼핏 잡다해 보이는 세세한 것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혁명과 같은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보여 주는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집은 거주자의 시간, 공간, 생활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다.”

〈을유문화사1만5000원〉

/박성천기자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