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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 법정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풀다
누구를 구할 것인가?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2014년 11월 28일(금) 00:00
“시댁 식구와 내가 함께 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 구할 것인가”라며 되묻는 아내의 하나 마나 한 질문에도 철학이 담겨 있을까. ‘철학개그 콘서트’의 저자 토머스 캐스카트의 신간 ‘누구를 구할 것인가?’는 이 흔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분위기를 바꿔, 새로운 질문을 해보자. 저자는 에두르지 않는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 앞에 다섯 명이 서 있다. 기관사는 선로를 유지해 다섯 명을 치어 죽일 수 있고, 다른 선로로 틀어 그곳에 서 있는 한 사람을 숨지게 할 수 있다. 저자는 묻는다, 당신이라면?

또 같은 상황에 육교에 서 있는 당신이 뚱뚱한 사람을 떨어뜨려 전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뚱보를 죽일 것인가, 아님 다섯 명이 기차에 치이는 꼴을 볼 것인가.

책 속의 딜레마는 ‘의사가 한 사람을 죽여 혈청을 뽑아내면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며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가’라며 진화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다른 이들 질문에는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칸트, 니체, 벤담, 아퀴나스, 피터 싱어 등 쟁쟁한 철학자들을 넘나들며 ‘윤리적 판단’을 함께해 보기를 권한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첫 토론 주제로 삼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전차 앞 다섯 명의 상황이 담긴 ‘트롤리 문제’는 1967년 영국 철학자 필리파 풋이 고안했다.

이 책은 법정 소송이라는 형식을 빌려 이 딜레마에 담긴 철학을 이야기해준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행복해지는 것이 옳다”던 제러미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과 “타인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이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등이 거론된다.

비록 이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미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은 철학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이끄는 마력이 있다.

또 이 딜레마를 사건화 해 법적 다툼을 벌이는 형식을 빌려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많이 알면 쉽게 쓴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철학 용어를 담아내는 저자의 문체 또한 부드럽다.



〈문학동네·1만2000원〉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