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전염병으로 보는 인간 사회의 민낯
말라리아의 씨앗
로버트 데소비츠 지음
2014년 11월 21일(금) 00:00
“국경이라는 경계선은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적 환상일 뿐, 병원체가 국경을 넘는 데는 비자가 필요 없다.”

열대 의학의 거장 로버트 데소비츠가 바라보는 전영병에 대한 특질이다. 그가 들려주는 전염병 이야기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실체를 생각하게 한다.

기생충학과 감염질환의 권위자 로버츠 데소비츠가 펴낸 ‘말라리아의 씨앗’은 전염병과 인간 사회에 대한 보고서다. 저자는 전염병을 매개로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 사회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들추어낸다.

지난 20년간 생명공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열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은 악화되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박멸과 관리 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시행돼온 치료법들이 새롭게 출현한 저항성 미생물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저자에 따르면 작금의 에볼라 바이러스는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왔다. 아프리카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된 뒤에야 백신 개발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데 있다.

애초에 말라리아 연구는 식민지 아프리카 원주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 서양 열강의 군인과 관료, 상인을 치료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전염병이 ‘소외’ 문제와 관련되는 건 이 때문이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나 사람들만이 백신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사실 아프리카는 슬픔의 대륙이다. 한 질병이 다른 질병에 기생해 자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말라리아에 감염된 아이들이 치료 과정에서 에이즈에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 어린이 말라리아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가 심각한 빈혈이다. 생명 유지를 위해 당장 수혈이 필요한데 문제는 에이즈 바이러스 항체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헌혈자의 피를 수혈한다는 것이다.

에이즈나 에볼라는 일종의 낙인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 번 박멸되었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전염병은 언제든 다시 돌아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지역에 말라리아가 유행하면서 위험성이 증대되는 상황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환경의 제 변화에 따라 전염병은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염병은 인간과 사회를 향한 근원적인 절문 그 자체다.

저자가 현대 과학계의 문제를 매섭게 꼬집는 이유다. 사실 인류를 괴롭혀 온 말라리아를 치료할 백신을 꿈꾸었지만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연구비를 받고도 말이다.

‘실험실 안’ 학문에 행정 관료들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연구비 유용(백신 사기극)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백신 개발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침묵과 열광의 이중적 모습도 원인이다(‘황우석 사태’와 닮은 점이 없지 않다)

“지역 주민들과 보건인들이 함께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억제하는 데 필요한 방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있어 행동의 변화란 지금까지 소중하게 지켜 온 관습과 전통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만을 쌓아온 보건 종사자들의 경우에는 지시고가 현실의 간극을 좁혀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후마니타스·1만5000원〉

/박성천기자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