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그리니치 역에서 지하철 쥬빌리선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 오자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거대한 상업시설 건물들이 맨 먼저 기자를 맞았다. 설레임도 잠시, 지하철에서 내려 도크랜드 입구에 들어 서니 대형 크레인을 활용한 독특한 조형물과 선박을 리모델링한 선상카페가 시선을 끌어 당겼다. 템스강 일대 구항만지역을 재개발한 워터프론트형 신도시라는 말이 실감났다. 오전 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모습이 많지 않았지만 과거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선상카페 뒤로 병풍처럼 드리운 고층빌딩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올드 & 뉴’ 의 조화라고 할까. 지리적으로 런던의 번화가와 연결되지만 저층 건물 일색인 도심과는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물’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의 신흥금융업무지역으로 떠오른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와 자연 친화적 주택단지인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개만 돌리면 HSBC, 바클레이스, 로이터, 리먼 브러더스, 차이나통신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로고가 선명한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 온다.
도크랜드의 ‘변신’은 지난 1980년대 초 마가렛 대처 총리가 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템스강변의 낡은 항만(도크) 시설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경기회복과 실업자 감소, 업무·주거단지 확충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였다.
사실 도크랜드의 옛 이름은 1880년대 개발된 ‘런던 항구’(Port of London). 당시 유럽에서 가장 번성했던 대영제국시대의 관문역할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대형 선박이 일반화 되고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해운사들이 늘어나면서 수심미달로 인해 항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이내 수많은 노동자들로 북적거렸던 도크랜드는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가 줄어 들고 주택이 노후화 되는 등 생활환경 역시 악화됐다. 1806년 가장 먼저 둥지를 틀었던 동인도 도크(East India Docks)가 1967년 ‘방’을 뺀 이후 1981년까지 불과 10여 년 사이에 모든 도크(Dock)가 문을 닫았다. 당시 실업자의 수가 15만 명(지역 실업률 24%)에 달했다고 하니 런던항구의 몰락이 어느 정도였는 지 짐작이 간다. 특단의 개발대책이 필요했지만 지역의 상당 부지를 소유한 공공기관은 이렇다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도크랜드의 심각성일 인식한 영국정부는 1976년 재개발 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1978년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갔다. 자체적으로 살아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민자유치를 겨냥한 ‘런던도크랜드개발공사’(London Docklands Development Corporation·LDDC)를 설립한 것이다. 이를 위해 LDDC에 부지매입권, 재개발계획 수립 및 부지매각 권한을 부여하고 인프라 구축 등 부지조성 후 개별 사업자별로 개발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총면적 약 2200ha(665만 평)의 도크랜드(시설면적 70만 평)를 5개 지구로 분할해 재생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업무지역인 카나리 워프. 용적률과 건물 높이 규제가 엄격한 런던에서 이곳에만 이례적으로 50층짜리 카나리 워프 타워, 45층의 HSBC 빌딩, 시티빌딩 등 초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다. 모건 스탠리, 메트 라이프, J.P. 모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본사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고용 인원만 10만 여 명에 이른다.
이처럼 도크랜드가 복합도시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영국 정부의 체계적인 개발계획, 민자유치 프로그램, 제도적 지원, 인프라시설 확충 등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5개 도크를 하나로 묶는 ‘런던 도크랜드 박물관’(The Museum of London Docklands)은 도크랜드 재건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 2003년 영국 정부는 재개발로 인해 자칫 런더너들의 기억에서 영원이 사라질 수 있는 도크랜드의 과거와 역사, 문화를 기억하기 위해 도크랜드의 템즈강변에 자리한 옛 설탕창고를 리모델링한 도크랜드 박물관을 건립했다. 1802년 조지안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2층 높이의 창고는 항만기능이 약화되면서 방치돼 있었던 곳이다.
주변의 모던한 분위기와 달리 19세기의 고풍스런 건물은 영국 시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런던 박물관의 서고에 잠들어 있던 선사시대의 유물을 비롯 2000년 전 런던시내의 로마유적, 동전, 공예품, 그리고 20세기 도크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각종 사진과 자료등이 연대기별로 총 12개의 갤러리와 어린이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또한 1930년대 정치인, 성직자, 법조인, 노동자, 여성의 의복과 직물은 물론 16세기에서부터 현재까지 회화와 판화, 드로잉, 튜더와 스튜어트 왕조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컬렉션(의상, 칼과 창, 도자기, 가죽 등) 등도 풍부하다. 아울러 과거 도크랜드 항만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선박, 화물취급장비, 부표, 닻, 밧줄, 항해장치 등의 ‘항구 컬렉션’(Port and River Collection), 당시 부두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이 스며 있는 주점(pub) 모형, 런던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놓은 19세기 말의 연쇄살인 사건 ‘잭 더 리퍼’를 보도한 신문까지 말 그대로 생활사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단편적인 전시 방식에서 탈피, 최첨단 기술과 영상으로 컬렉션을 즐길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풍부하다. 또한 컬렉션을 모티브로 한 기획전과 강좌 ‘세컨드 세러데이’(Second Saturday), 고스트투어(ghost tour·도크랜드 뒷골목 답사) 등도 연중 펼쳐진다. 이처럼 도크랜드는 물리적 재생 뿐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역사나 문화를 통해 감성과 참여라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jhpark@kwangju.co.kr
도크랜드의 ‘변신’은 지난 1980년대 초 마가렛 대처 총리가 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템스강변의 낡은 항만(도크) 시설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경기회복과 실업자 감소, 업무·주거단지 확충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였다.
도크랜드의 심각성일 인식한 영국정부는 1976년 재개발 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1978년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갔다. 자체적으로 살아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민자유치를 겨냥한 ‘런던도크랜드개발공사’(London Docklands Development Corporation·LDDC)를 설립한 것이다. 이를 위해 LDDC에 부지매입권, 재개발계획 수립 및 부지매각 권한을 부여하고 인프라 구축 등 부지조성 후 개별 사업자별로 개발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총면적 약 2200ha(665만 평)의 도크랜드(시설면적 70만 평)를 5개 지구로 분할해 재생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업무지역인 카나리 워프. 용적률과 건물 높이 규제가 엄격한 런던에서 이곳에만 이례적으로 50층짜리 카나리 워프 타워, 45층의 HSBC 빌딩, 시티빌딩 등 초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다. 모건 스탠리, 메트 라이프, J.P. 모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본사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고용 인원만 10만 여 명에 이른다.
이처럼 도크랜드가 복합도시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영국 정부의 체계적인 개발계획, 민자유치 프로그램, 제도적 지원, 인프라시설 확충 등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5개 도크를 하나로 묶는 ‘런던 도크랜드 박물관’(The Museum of London Docklands)은 도크랜드 재건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 2003년 영국 정부는 재개발로 인해 자칫 런더너들의 기억에서 영원이 사라질 수 있는 도크랜드의 과거와 역사, 문화를 기억하기 위해 도크랜드의 템즈강변에 자리한 옛 설탕창고를 리모델링한 도크랜드 박물관을 건립했다. 1802년 조지안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2층 높이의 창고는 항만기능이 약화되면서 방치돼 있었던 곳이다.
주변의 모던한 분위기와 달리 19세기의 고풍스런 건물은 영국 시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런던 박물관의 서고에 잠들어 있던 선사시대의 유물을 비롯 2000년 전 런던시내의 로마유적, 동전, 공예품, 그리고 20세기 도크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각종 사진과 자료등이 연대기별로 총 12개의 갤러리와 어린이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또한 1930년대 정치인, 성직자, 법조인, 노동자, 여성의 의복과 직물은 물론 16세기에서부터 현재까지 회화와 판화, 드로잉, 튜더와 스튜어트 왕조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컬렉션(의상, 칼과 창, 도자기, 가죽 등) 등도 풍부하다. 아울러 과거 도크랜드 항만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선박, 화물취급장비, 부표, 닻, 밧줄, 항해장치 등의 ‘항구 컬렉션’(Port and River Collection), 당시 부두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이 스며 있는 주점(pub) 모형, 런던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놓은 19세기 말의 연쇄살인 사건 ‘잭 더 리퍼’를 보도한 신문까지 말 그대로 생활사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단편적인 전시 방식에서 탈피, 최첨단 기술과 영상으로 컬렉션을 즐길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풍부하다. 또한 컬렉션을 모티브로 한 기획전과 강좌 ‘세컨드 세러데이’(Second Saturday), 고스트투어(ghost tour·도크랜드 뒷골목 답사) 등도 연중 펼쳐진다. 이처럼 도크랜드는 물리적 재생 뿐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역사나 문화를 통해 감성과 참여라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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