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현대미술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보는 만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는 순전히 관람객의 몫이다. 평론가에게 ‘극찬’을 받은 작품이 ‘나’에게는 ‘최악’이 될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38개국 103팀(111명)의 작가가 참여해 111개의 소주제로 모두 413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개막 한달을 맞아 본사 문화부 기자들이 ‘극히 주관적’으로 선정한 인상적인 작품 6점을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작품을 찾아보시길.
[옥인콜렉티브 '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
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시민들이 괴상한 기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옥인콜렉티브의 영상작품 ‘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는 정부와 권력을 비판한다. 앞서 광주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풍자한 홍성담 작 ‘세월오월’의 비엔날레 전시를 반대했다. 하지만 권력이 아무리 찾아내 막는다고 해도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와 같은 작품은 결국 풀꽃처럼 전시장 구석에 피어나는 것이 예술이다.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광주시의 얼척없는 문화행정’을 마음껏 비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 '봉기']
성장의 대가로 아이에게 순수를 앗아가듯, 현대화 과정에 도시와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영상작품 ‘봉기’는 이렇게 잃어버린 것을 그리워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길 권유한다. 개발에 방해가 된다며 마차가 달릴 수 없게 한 브라질 헤시페 도심에서 마치 혁명을 일으키는 것 처럼 말을 타는 장면을 담았다. 영화 촬영을 핑계로 합법적으로 말을 풀어 놓았고, 마차를 타는 시민들의 기쁨과 환호성을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본과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테츠야 이시다 '리콜']
‘리콜’은 상복을 입은 가족들 앞에 조립형 장난감처럼 포장돼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도구를 이용해 인간을 분해하거나, 조립하는 기술자를 무표정하게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이 생각거리를 던진다.
침대가 아닌, 폐차에 누워 있는 병원 환자들의 공허한 눈동자(‘기회를 기다리며’)나 비닐봉지 옷을 입고서 정크 푸드를 먹는 남자(‘무제’), 가정용 난방기가 부모 대신 아이에게 온기를 전하는 ‘온실’ 등도 인상적이다. 이번에 걸린 작품 이외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그림 속 얼굴은 모두 작가 자화상이다.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 '피츠카랄도']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새소리와 깜깜한 진입로를 지나면 흰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오페라광(狂)으로, 아마존 정글에 오페라하우스를 만들려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베르너 헤어초크의 영화 ‘피츠카랄도’의 주인공이다. 모두 무모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온 힘을 바친 한 사내다.
작가는 이전의 작품에서 직접 퍼포먼스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피츠카랄도로 변신한 홀로그램 형상으로 관객을 만나는데, 이 점이 오히려 흥미롭다.
스토리에 따라 영상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때의 느낌은 꼭 좌절했다 또 꿈을 꾸는 모습인듯 아련하다. 카루소 음성으로 듣는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과 작가의 표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카르슈텐 휠러 '일곱게의 미닫이 문']
자동으로 열리는 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문과 문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이 무한대로 반복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큐브’의 한 공간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사람들의 대부분 일상은 들어가고 나오는 문을 통해 시작되고, 또 끝이 난다. 그만큼 문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작가는 익숙한 사물 속으로 걸어들어간 관람객들이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순간을 이야기한다. 단 이 작품은 단체 관람객에 휩쓸려서 관람하게되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알로라&칼사디야 '음계(기질)와 늑대']
악수는 반가움과 고마움의 의미다. 하지만 이마저도 강요된다면, 또 불편한 이들과 악수를 해야한다면 이미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악수가 아니게 된다. 토·일요일 (낮 12시∼오후 6시)에 만나는 ‘음계와 늑대’는 관람객들에게 강요된 악수를 권하는 퍼포먼스다. 요리사, 악기 연주자 등 18명의 퍼포머들이 4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실로 들어서려면 이들과 악수를 해야만 한다. 퍼포머들은 관람객을 환영하지만 정작 관람객은 이들과의 악수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악수와 함께 퍼포머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불편함마저도 즐거움이 된다.
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시민들이 괴상한 기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옥인콜렉티브의 영상작품 ‘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는 정부와 권력을 비판한다. 앞서 광주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풍자한 홍성담 작 ‘세월오월’의 비엔날레 전시를 반대했다. 하지만 권력이 아무리 찾아내 막는다고 해도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와 같은 작품은 결국 풀꽃처럼 전시장 구석에 피어나는 것이 예술이다.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광주시의 얼척없는 문화행정’을 마음껏 비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 '봉기']
성장의 대가로 아이에게 순수를 앗아가듯, 현대화 과정에 도시와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영상작품 ‘봉기’는 이렇게 잃어버린 것을 그리워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길 권유한다. 개발에 방해가 된다며 마차가 달릴 수 없게 한 브라질 헤시페 도심에서 마치 혁명을 일으키는 것 처럼 말을 타는 장면을 담았다. 영화 촬영을 핑계로 합법적으로 말을 풀어 놓았고, 마차를 타는 시민들의 기쁨과 환호성을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본과 이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리콜’은 상복을 입은 가족들 앞에 조립형 장난감처럼 포장돼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도구를 이용해 인간을 분해하거나, 조립하는 기술자를 무표정하게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이 생각거리를 던진다.
침대가 아닌, 폐차에 누워 있는 병원 환자들의 공허한 눈동자(‘기회를 기다리며’)나 비닐봉지 옷을 입고서 정크 푸드를 먹는 남자(‘무제’), 가정용 난방기가 부모 대신 아이에게 온기를 전하는 ‘온실’ 등도 인상적이다. 이번에 걸린 작품 이외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그림 속 얼굴은 모두 작가 자화상이다.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 '피츠카랄도']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새소리와 깜깜한 진입로를 지나면 흰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오페라광(狂)으로, 아마존 정글에 오페라하우스를 만들려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베르너 헤어초크의 영화 ‘피츠카랄도’의 주인공이다. 모두 무모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온 힘을 바친 한 사내다.
작가는 이전의 작품에서 직접 퍼포먼스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피츠카랄도로 변신한 홀로그램 형상으로 관객을 만나는데, 이 점이 오히려 흥미롭다.
스토리에 따라 영상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때의 느낌은 꼭 좌절했다 또 꿈을 꾸는 모습인듯 아련하다. 카루소 음성으로 듣는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과 작가의 표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카르슈텐 휠러 '일곱게의 미닫이 문']
자동으로 열리는 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문과 문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이 무한대로 반복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큐브’의 한 공간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사람들의 대부분 일상은 들어가고 나오는 문을 통해 시작되고, 또 끝이 난다. 그만큼 문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작가는 익숙한 사물 속으로 걸어들어간 관람객들이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순간을 이야기한다. 단 이 작품은 단체 관람객에 휩쓸려서 관람하게되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알로라&칼사디야 '음계(기질)와 늑대']
악수는 반가움과 고마움의 의미다. 하지만 이마저도 강요된다면, 또 불편한 이들과 악수를 해야한다면 이미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악수가 아니게 된다. 토·일요일 (낮 12시∼오후 6시)에 만나는 ‘음계와 늑대’는 관람객들에게 강요된 악수를 권하는 퍼포먼스다. 요리사, 악기 연주자 등 18명의 퍼포머들이 4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실로 들어서려면 이들과 악수를 해야만 한다. 퍼포머들은 관람객을 환영하지만 정작 관람객은 이들과의 악수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악수와 함께 퍼포머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불편함마저도 즐거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