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사설 동물원의 조련사에 의한 바다코끼리 학대모습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동물쇼와 공연은 동물원의 주요 수입원이며 사람의 눈요기감이다. 조련사가 훈련을 시켜서 보여주는 동물쇼는 동물 본성이나 생물종 특성을 거스른다.

게다가 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공연히 학대가 이루어진다. 조련사의 동물학대는 우리국민의 공분을 모았다. 이는 역설적으로 동물권에 대한 높아진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제도는 국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동물원에서는 동물학대가 암암리에 발생하고 있고 동물원이나 사육시설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의 한 관광농원에서는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사육사를 공격했고, 서울대공원에서는 호랑이가 탈출해 사육사를 물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동물원 관리가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동물원은 인간이 동물을 구경하는 공간만이 아니다.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외 보존기관’(야생서식지가 아닌 종의 보존공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종의 특성에 맞는 적정한 사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동물원의 의무사항이다. 사육환경의 기준은 동물복지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학대받는 동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동물원에서 재규어를 사육하고 있는 일산의 동물원을 아이와 함께 찾아갔던 한 학부모는 동물원 관람이 교육적이지 않았다고 우리 의원실에 문제인식을 전달했다.

1989년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자 스티븐 캘러트는 철창 우리 같은 무시무시한 수용시설에 갇힌 동물을 본 관람객들에게서 동물에 대한 무관심과 공포심이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미 영국·뉴질랜드·오스트리아·체코·덴마크·브라질 등 해외 여러 나라들은 동물원에 대한 기준을 법률로써 마련하고 동물원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원의 설립과 운영, 관리에 대한 기준과 더불어 동물복지 관점에 입각한 사육기준과 관람객의 안전사항을 규정하는 동물원법이 지난해 9월 27일 발의됐다.

동물원법은 환경부장관이 동물원의 설립과 허가에 관해 심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동물원 허가제가 실시된다.

사육기준에 맞지 않는 동물원은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관람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그 종의 습성에 맞지 않는 훈련을 할 수 없게 하여 동물학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고래류처럼 자연상태의 종의 특성상 동물원 사육이 극히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동물을 사육부적합 동물로 매년 지정하도록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동물원법 제정을 촉구했으며 8만4000여명의 국제단체 회원들이 이 법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하였다.

학대받는 동물을 보며 즐기는 것이 교육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올바를 수 없다. 동물원법의 입법은 우리사회의 동물복지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며 또한 생명존중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의미를 남길 것이다.



장하나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