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350억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에 참여한 전선회사들이 조직적으로 담합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내년 초 개통을 앞둔 호남고속철도에 대한 레일 납품 논란과 전력선 입찰 담합 등 각종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350억원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납품 입찰에 참여한 국내 전선회사들이 담합을 통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포착하고 전선회사 임직원 등 모두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일진전기·LS전선·넥상스코리아·대한전선·호명케이블·가온전선 등으로 지난해 5월부터 경쟁입찰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낙찰 받을 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미리 정해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인 담합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낙찰사가 납품해야 하는 물량을 업체들이 서로 하도급 주는 방식으로 분배했다. 또 일진전기의 경우 중국산 저가 전선을 수입해와 자신들이 생산한 물건인 것 처럼 속여 납품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일진전기가 이런 방식으로 챙긴 차익이 55억원 가량 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납품 전 이뤄지는 성능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성능검사의 일종인 불가분성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도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고 검사 직전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소량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저가 중국산 전선을 납품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초 검찰은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에서 특정납품업체가 특혜를 받거나 업체 선정과정에서 담합이 저질러진 정황을 포착, 수사를 해왔다.

또 감사원은 지난 5월 20일 장성군 북이면 호남고속철도 노령터널과 모암터널의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안전율이 기준치인 1보다 훨씬 낮은 0.13∼0.64로 파악돼 시정 조치를 내렸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은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8조3500억원에 이르고 내년 3월 초 개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으로 4355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