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4일 인천 문학경기장.

한·일 월드컵 D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포르투칼을 1-0으로 격파, 조 1위(2승1무)에 오르며 16강에 진출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박지성. 후반 25분, 이영표가 왼쪽 진영에서 길게 넘겨준 공을 골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수비를 제치고 왼발로 차넣었다. 박지성은 결승골을 넣은 뒤 곧장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양팔을 활짝 벌린 채 포옹하며 꾸밈없는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2010년 3월 2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 경기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라이벌인 리버풀과의 2009∼20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에서 박지성은 1-1로 균형을 이루던 후반 34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다이빙 헤딩슛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켰다. 골을 터트린 박지성은 맨유의 엠블럼이 있는 자신의 가슴을 치며 포효하듯 그라운드를 달렸다.

지난 2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박지성의 은퇴를 기리는 2014년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데도 운집한 5만여 명의 관중들은 박지성, 이영표 등 스타들과 K리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도 ‘캡틴’ 박지성은 득점 후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고, ‘초롱이’ 이영표도 히딩크의 어퍼컷 헹가래를 흉내냈다. 득점 후 이어진 갖가지 세리머니도 팬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고흥 출신인 그는 단신에 평발이었지만 남다른 체력과 스피드, 수비력 등 잠재된 가능성을 알아본 히딩크 감독 덕분에 월드컵 후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심장이 두 개인양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명승부를 펼친 그의 모습은 경제 침체로 힘겨운 국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축구화를 벗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박지성을 우리는 응원한다. 그의 활약상이 국민들에게 큰 힘을 주었듯 앞으로도 한국 축구의 발전에 밀알 역할을 하는 ‘영원한 캡틴’의 모습을 기대한다.



/송기동 사회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