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신병확보에 주력했던 유병언(73·사진)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결국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검·경의 무능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코 앞’ 수배자도 못 찾은 수사기관의 무능력함 때문에 애꿎은 국민만 총동원되는가 하면, 사생활·인권 침해까지 감수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순천경찰은 22일 경찰서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찰청이 순천지역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검·경의 수사활동으로 확보한 유병언씨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21일 경찰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임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세월호 침몰 참사(4월16일) 이후 98일만이다. 유병언씨가 지난 5월 25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머무르다 도주한 뒤 1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해당 지역의 경우 경찰이 유씨 은신 사실을 확인하고 연인원 8116명을 투입, 집중 수색을 벌였던 송치재 휴게소부터 2.5㎞ 떨어진 곳인데다, 지난 12일 유씨로 의심되는 유류품과 함께 변사체가 발견됐는데도 별다른 의심 없이 ‘노숙인’으로 취급, 40일동안 방치해왔다는 점에서 수사당국의 허술함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검·경 설명대로라면 경찰은 이미 변사체로 발견돼 장례식장에 있는 유씨의 소재를 찾겠다며 밀항을 우려, 항·포구를 뒤졌고 검찰은 지난 21일 “반드시 잡겠다”며 유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재발부받는 촌극을 벌인 셈이다.

검·경 수사당국이 변사체 발견 뒤 적극적인 수사 의지만 보였어도 이후 국민이 반상회를 통해 유씨 검거를 위해 총동원되는가 하면, 마구잡이식으로 가정집에 들이닥치고 택배회사와 물품을 뒤지는데 따른 인권·사생활 침해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됐다는 지적도 높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임시 반상회를 열어 국민의 협조를 구했고 경찰은 지난달 24일 구체적 정황도 없이 택배 이용객을 수사 대상으로 올려 인권 침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유씨 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검·경의 총체적 부실·무능함에 대한 국민 불안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은 당장, 미흡한 초동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순천경찰서 우형호 서장, 담당 형사과장, 과학수사팀장 등에 대한 징계에 들어간 만큼 수사 책임자인 검찰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