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공 하나를 놓고 치고 달리며 순수하게 힘만으로 승부가 겨뤄진다고 믿은 것은 정말이지 순진한 환상이었다. 그 배면에서는 온갖 추악한 탐욕과 거래가 한바탕 난장판을 이룬다. 이 난장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혹시 경기를 경기로 즐기지 못하는 우리의 맹목적인 열정 역시 한몫 단단히 거들고 있지는 않을까?”



마침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막이 올랐다. 월드컵 축구를 학수고대했던 팬들에게는 기쁜 날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월드컵에 부정적인 이들은 지구촌 최대의 ‘마피아 잔치’라고 비난한다.

국제축구연맹 부패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 나왔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온전히 월드컵 경기를 즐기기 어려울 듯하다. 스포츠 정치 분야 탐사전문기자인 독일 출신 토마스 키스트너가 쓴 ‘피파 마피아’는 지구촌 축구 행정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과 추악한 일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더욱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졌던 자국민들의 시위, 2022년 카타르 개최지 선정 의혹 등은 지구촌 축제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게 한다. 그동안 피파(FIFA·국제축구연맹)와 관련된 부패 혐의는 각국의 언론을 달군 소재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피파 조직의 폐쇄성에서 기인한다. 어느 누구도 피파 회장의 연봉이 얼마인지, 월드컵마다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지만 지출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불투명한 행정은 회장 자리를 매개로 오가는 뇌물,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금품 수수설의 원인이 되었다.

한때 공 하나면 충분했던 세계인의 잔치는, 금권을 놓고 벌이는 사기행각으로 변모했다는 따가운 비판이 따른다. 공은 둥글지만 축구 행정은 추악한 부패로 얼룩져 있다는 의미다.

책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피파의 현 회장 제프 블라터, 전 회장 주앙 아벨란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전회장 사마란치와 자크 로케 등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은 인물이 나온다.

저자는 피파와 IOC회장단, 사무총장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최종적으로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고 본다. 바로 현대 스포츠 마케팅을 구축한 호르스트 다슬러. 아디다스 창업주의 아들이며 수영용품 제조업체 아레나를 창립한 호르스트 다슬러가 세계 스포츠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피파가 부정적인 ‘마피아’ 이미지로 전락한 것은 이권을 최고로 생각하는 비즈니스 관점 때문이다. 경제계의 막강한 스폰서들은 월드컵이라는 상품 앞에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유치를 위한 각국의 과잉 경쟁도 문제다. 당연히 피파는 이를 빌미로 막대한 특혜를 요구했고, 각 나라들은 이를 묵인 방조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디어 행태는 어떤가. 시청자를 열성적인 팬으로 바꿔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선 거의 무관심하다. 무엇보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너무도 강렬해 축구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마비시킨다.

갈수록 피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자는 월드컵을 사랑하는 이들도 맹목적인 숭배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기업들 행태, 이를 교묘히 악용하는 야심가들, 지나친 민족주의 성향도 자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천의 말을 쓴 정윤수 스포츠문화평론가는 “우리는 언제나 그라운드의 혈투에 몰두한다. 그라운드 위의 저 귀빈석에서는 글로벌 축구 정치가 벌어진다. 그라운드의 혈투보다 더 격렬하다”며 ‘피파 마피아’에 대해 질타를 가한다.

〈돌베개·2만원〉

/박성천기자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