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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들은 어떻게 GPS도 없이 망망대해를 건넜나
인류의 대항해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2014년 05월 09일(금) 00:00
사실 바다는 뱃사람들이 끊임없는 관찰과 점진적 침투, 문화적 기억을 통해 터득해 가면서 서서히 인간의 환경이 되었다. 바다에서 이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거기에 몸을 내맡기는 것, 적어도 바다의 리듬에 적응하고 바다의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신호들을 읽어 내는 것을 뜻했다. 오늘날 바다에 대한 이런 친밀한 이해는 컴퓨터와 위성 항법 앞에서 사라졌다. 〈본문 중에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신대륙 발견자 콜럼버스 이전에는 어떻게 망망대해를 건넜을까? 위성항법장치(GPS)도, 나침반조차 없던 시대에 고대 사람들은 어떻게 머나먼 섬들을 오갔을까?

고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브라이언 페이컨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그가 쓴 ‘인류의 대항해’는 바다와 인류 문명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되살려낸다.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고대 항해자들의 역사를 아우른다. 저자는 8살 때 어부였던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항해술을 배웠고 후일 GPS 없이 대서양을 횡단하기도 했다. 책 곳곳에서 뱃사람 특유의 시선과 현장감이 묻어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는 고대 사람들은 GPS와 디젤 엔진이 없이도 놀라운 항해술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본다. 그들이 가진 것은 보잘 것 없는 카누와 뗏목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바다에 대한 방대하고 세부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다. 별을 보고 방위와 위도를 측정했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풍향을 예상했다.

한마디로 도구와 기술은 소박했지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민함이 있었다. 그들에게 바다는 일상이자 삶의 연장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15세기 유럽인이 대항해시대를 열기 전 북유럽 노르디인은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거쳐 북아메리카 연안에 당도했다. 11∼13세기 폴리네시아인은 돛 단 카누를 타고 수천 킬로미터의 망망대해를 건넜다. 기원전 10세기 안데스인은 오늘날의 에콰도르 해안에서 뗏목을 타고 대해를 가로질러 마야 문명과 왕래했다.

기원전 2세기에는 그리스인 히팔루스가 아라비아에서 인도까지 항해했다. 라피타인이라 불리는 민족은 그보다 훨씬 전에 오세아니아 근해, 피지, 통가 등 폴리네시아 전역의 무인도를 개척했다.

저자는 고고학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인류 최초 장기 항해는 5만 5천여 년 전에 있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해수면이 낮았던 동남아 앞바다에서 오세아니아 근해로 사람들이 이주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바다를 따라 해상무역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고 덧붙인다. 지중해와 인도양 인근 사람들은 교역을 위해 바다로 나갔는데 기원전 2600년경 이집트는 레바논산 통나무를 지중해를 통해 대량 수입했다는 것이다.

인도양을 둘러싼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강이 고대 문명의 요람이 된 것도 교역이 원인이었다. 뱃사람들이 인도양의 특성을 알게 된 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목재, 금속 같은 상품을 타 지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교역을 가능하게 했던 건 특별한 장치가 없었던 짐배와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바다에 대한 적응력이었다.

이처럼 책에는 오랜 세월 바람과 인력만으로 세계 곳곳을 누빈 뱃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돛과 노를 믿고 수천 킬로미터를 항해했던 고대 항해자들은 진정한 뱃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자연과 바다를 무시한 탐욕이 없었다. 어쩌면 ‘인류의 대항해’는 이즈음에 벌어진 침몰 사고를 한번쯤 돌아보게 한다.

<미지북스·2만4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