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언제나 선거철이 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공약 중 하나가 주택정책이다. 과거의 내 집 마련이든, 요즘의 집값 안정이든 서민의 주거안정이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민생 중의 하나인데, 이것 또한 사회를 순치(順治)시키는 하나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정부적 차원에서 관심을 서민의 주거안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때는 19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나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 든 이들 때문에 극심한 주택부족 문제를 겪게 된다.
이들은 주로 아일랜드의 빈농들이었는데 서너 명의 아이가 딸린 가족이 단칸 방에서 생활했다. 부엌은 화로 하나에 냄비 하나를 걸어 놓은 것이 전부였고 수도와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공동화장실을 이용했다. 습기 차고 어두운 지하셋방, 불결한 위생상태 속에서 콜레라와 페스트, 결핵이 창궐하여 1830년대 숱한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열악한 주거환경 탓에 인간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한편으로 산업혁명은 노동자라는 새로운 사회집단을 등장시켰다. 도제식 수업을 통해 직능을 쌓아 나가던 중세의 장인과 달리 몇 백 명의 노동자가 한데 모여 일을 하면서 이들은 점차 거대집단이 되어 갔다. 프랑스 대혁명 때 빵을 달라고 소리치던 가난한 군중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배고픈 노동자는 사회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였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일이 급선무였고, 이에 영국정부는 대규모 집단주택을 지어 공급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고 2층에 침실이 있는 간단한 집이었는데, 이것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 마치 줄을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여 로우 하우스(row house)라고도 불렸다. 이는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시행한 주택사업의 일부였다. 또한 대규모 공장에서도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를 마련했는데, 주로 공장주가 근로자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집단주택을 제공하는 형식이었다.
기숙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공동주택에 근로자들은 개별 주호를 제공받아 저렴한 가격의 월 사용료를 내면서 생활했다. 이런 형태는 공장의 기숙사나 사택 등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한편 다른 형식의 공동주택을 제안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소득층에게 공동주거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같았지만, 무상제공 대신 매매를 통한 자가소유제도를 주장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저축이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합이나 협회에서 빌려준 뒤 매달 조금씩 갚아 나가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국가나 사회단체들은 이런 사업을 앞다투어 실시했는데, 이는 매달 정해진 수익이 보장되는 일종의 수익사업이자 또한 다른 측면에서의 이익도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매달 월급 중에서 일정액을 주택 융자비용을 갚는데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해고를 당할까 파업이나 폭동 같은 과격행위를 자제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온순해졌다. 또 주택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나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노동자가 아닌 당당한 도시민이자 중산층이다’ 라는 의식을 갖게 했다.
다시 말해 노동자에게 중산층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노동자임을 잊게 만들어, 그들의 관심사를 노동환경의 개선이 아닌 도시 중산층으로서의 삶으로 흥미로 옮겨 가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100여 년의 시간을 두고 한국에도 상륙하게 된다.
1960∼70년대 빠른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가장 많이 내세운 구호는 자립자조였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주택을 무상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 의지를 돋우어 주택 구매를 유도했던 유럽의 전략과 일치한다. 주택 구매를 시민계급으로의 편입과 동일시하여 노동자 계층의 불만을 잠재웠듯 1970∼80년대 우리나라도 아파트 거주는 곧 중산층 편입과 동일시되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 주도 하에 주택 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고 서민들이 이를 매달 조금씩 정기적으로 갚아 나가게 하는 제도는 시대별로 명칭의 차이는 있을 망정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
이번 달에 월급을 받아 20년 모기지론의 일부를 상환하고, 조금 남은 돈으로 주말여행과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앞으로 10년 후엔 아파트를 판 돈으로 손수 전원주택을 지을 궁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정치나 사회 등의 복잡한 문제는 머릿속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주택을 사회적 순치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 그 기원은 19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래서 지금도 선거철이면 주택정책이 언제나 주요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건축 칼럼니스트>
정부적 차원에서 관심을 서민의 주거안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때는 19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나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 든 이들 때문에 극심한 주택부족 문제를 겪게 된다.
한편으로 산업혁명은 노동자라는 새로운 사회집단을 등장시켰다. 도제식 수업을 통해 직능을 쌓아 나가던 중세의 장인과 달리 몇 백 명의 노동자가 한데 모여 일을 하면서 이들은 점차 거대집단이 되어 갔다. 프랑스 대혁명 때 빵을 달라고 소리치던 가난한 군중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배고픈 노동자는 사회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였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일이 급선무였고, 이에 영국정부는 대규모 집단주택을 지어 공급했다.
기숙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공동주택에 근로자들은 개별 주호를 제공받아 저렴한 가격의 월 사용료를 내면서 생활했다. 이런 형태는 공장의 기숙사나 사택 등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한편 다른 형식의 공동주택을 제안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소득층에게 공동주거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같았지만, 무상제공 대신 매매를 통한 자가소유제도를 주장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저축이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합이나 협회에서 빌려준 뒤 매달 조금씩 갚아 나가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국가나 사회단체들은 이런 사업을 앞다투어 실시했는데, 이는 매달 정해진 수익이 보장되는 일종의 수익사업이자 또한 다른 측면에서의 이익도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매달 월급 중에서 일정액을 주택 융자비용을 갚는데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해고를 당할까 파업이나 폭동 같은 과격행위를 자제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온순해졌다. 또 주택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나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노동자가 아닌 당당한 도시민이자 중산층이다’ 라는 의식을 갖게 했다.
다시 말해 노동자에게 중산층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노동자임을 잊게 만들어, 그들의 관심사를 노동환경의 개선이 아닌 도시 중산층으로서의 삶으로 흥미로 옮겨 가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100여 년의 시간을 두고 한국에도 상륙하게 된다.
1960∼70년대 빠른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가장 많이 내세운 구호는 자립자조였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주택을 무상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 의지를 돋우어 주택 구매를 유도했던 유럽의 전략과 일치한다. 주택 구매를 시민계급으로의 편입과 동일시하여 노동자 계층의 불만을 잠재웠듯 1970∼80년대 우리나라도 아파트 거주는 곧 중산층 편입과 동일시되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 주도 하에 주택 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고 서민들이 이를 매달 조금씩 정기적으로 갚아 나가게 하는 제도는 시대별로 명칭의 차이는 있을 망정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
이번 달에 월급을 받아 20년 모기지론의 일부를 상환하고, 조금 남은 돈으로 주말여행과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앞으로 10년 후엔 아파트를 판 돈으로 손수 전원주택을 지을 궁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정치나 사회 등의 복잡한 문제는 머릿속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주택을 사회적 순치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 그 기원은 19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래서 지금도 선거철이면 주택정책이 언제나 주요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건축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