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이 피어난다. 봄이 오면 새는 알을 낳아 새끼를 깐다. 닭도 이즈음에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깐다.

나무에서는 물이 올라 새싹을 펴고 꽃을 피운다. 꽃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며 꿀을 따는 대신 암술과 수술에서 꽃가루를 묻혀 수분을 돕는다. 수분이 되면 열매를 맺고, 이 열매가 씨앗이 되어 꽃밭에 꽃이 다시 무성해진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도 이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남녀의 결합, 즉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 중 누구도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남자 혼자만으로, 여자 혼자만으로는 생명이 탄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을 한다.

결혼이란 혼자서는 불완전한 반쪽과 또 다른 반쪽이 만나 온전한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이처럼 성은 좁게 보면 남녀 간의 육체 관계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만, 의미를 확대하면 매우 높은 뜻을 담고 있다.

성(性)은 혼돈과 심연 속에 만물의 근원으로서 성과 성이 교류하며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성과 관련된 표현은 인간에게 동물적인 생존 본능의 수성(獸性)과 만물의 영장이 갖는 인성(人性), 그리고 우주의 창조적 본성인 신성(神性)이 공존한다. 이러한 성을 가볍게 볼 게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성을 남용하고 있다. 매일 낙태로 죽는 태아가 전 세계에서 12만5000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 중 강간이나 유전병에 의한 낙태 요인은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낙태가 불법인 한국만 해도 해마다 17만 명의 태아가 죽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 중 최저출산율을 기록하는 한국이 낙태율마저 이렇게 높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모두가 교육의 문제, 성에 대한 건강한 인식 부족에서 나오는 인성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성 관련 정보를 거의 제한 없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냉정하게 판단하여 거르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통해 성에 집착하고 오용하는 그릇된 의식이 팽배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제는 올바른 성문화 의식을 갖기 위해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야 할 때이다.

성교육은 성에 대한 지식전달의 차원을 넘어서 성 의식의 진화가 인간 의식의 진화와 연결된다는 것을 바탕에 두고 시행해야 한다. 성이란 불결한 것이 아닌, 신성한 것임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감정에 따라 아무 때나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성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생명을 잉태하는 아주 고귀한 행위라는 점을 먼저 인식한다면 비로소 성과 사랑에 대한 선택과 행동도 진정한 가치와 욕구를 반영하는 의식 있고 책임감 있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성은 고귀한 성이다. 성욕을 감각만이 아닌 영적인 경험으로 승화한다면 성 에너지를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인간에게 수성(獸性)의 성(性)뿐만 아니라, 신성(神性)의 성(性)이 존재한다는 인식과 감각 회복을 위한 성교육이 그 시작이다. 성은 바로 생명의 시작이며, 존재의 근원인 성에 대한 태도와 경험이 바로 행복한 삶을 위한 인성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성은 하나의 선택이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당신의 선택에 따라 성은 사랑이 될 수도 있고 방종이 될 수도 있다.

성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할 때 아름답다. 그렇지 않으면 성은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 있다. 성은 참으로 성(聖)스럽고 귀중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