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10월이 되면 가장 난감한 예술인 중 한 명이 고은(80) 시인이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벌써 10년 넘게 ‘불발’, ‘고배’, ‘아쉬움’ 등의 단어가 담긴 기사가 실리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노벨상의 계절’은 노(老)시인과 함께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분명 올해도 마찬가지일 터다. 시인의 집에 기자들이 몰려들고, 수상에 실패하면 집앞을 서성이던 주민들은 아쉬워 할 게다. 시인은 ‘언제나 처럼’ 말이 없을테고.

7일 생리학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2013년 노벨상(물리·화학·생리학·의학·문학·평화 6개 부문·총상금 13억 원)시즌이 시작됐다.

사실, 노벨상 후보자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실제 누가 후보에 올랐는지 알 수가 없다. 올해 문학상 유력 후보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급되는 건 영국의 배팅 사이트 ‘레드브룩스’ 순위에 따른 것이다. 이 사이트는 2006년 오르한 파묵의 수상을 맞춰 화제가 됐었다. 올해 ‘레드브룩스’는 고은 시인을 4위로 언급했다.

올해는 시인의 고향 전북 군산에서 노벨문학상 기원 행사가 열리는 모양이다. 5일 생가터 걷기 퍼포먼스 등을 가진 데 이어 9일에는 노벨상 수상 기원 선포식과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도 열린다.

노벨상 수상자 19명을 보유한 일본은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와 오에 겐자부로(1994)가 이미 문학상을 수상했다. 중국의 경우 프랑스 망명작가 가오싱젠이 1987년 문학상을 받기는 했지만 프랑스 국적이었고, 지난해 모옌이 수상하면서 첫 수상자를 냈다.

그러니, 한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하는 건 이해가 간다. 이왕이면 ‘내 고향’ 사람이 수상하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문학상 수상이 무슨 체육행사나 엑스포 등 대형 이벤트 유치는 아니지 않는가.

시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노벨상에 대한 내 소감은 12년도 넘게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새겨들을 말이다.

/김미은 문화 1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