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세상을 좀 더 사람냄새 나게 하는 건축 꿈꾼다”
광주 출신 건축가 김수석씨 베니스 비엔날레 파빌리온 설계경기 1위
2013년 09월 26일(목) 00:00
광주 서석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미용실에서 공부를 하던 소년은 언젠가부터 신문 속 광고 이면지에 가족과 살고 싶은 상상속의 집을 그려보곤 했다. 도편수로 일했던 할아버지,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던 아버지, 건축가로 활동중인 작은 아버지 덕에 ‘집을 짓고 꾸미는 일’에 친근했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흘러 건축가가 된 그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프로젝트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영국에서 공부하며 건축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 활동중인 젊은 건축가 김수석(32)씨가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수상 파빌리온 국제 설계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설계 공모는 전 세계 유망한 신진 건축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아키트라이엄프 어워드(ArchTrumph Arawd)가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모두 55개 팀이 참여했으며 김씨가 공동 운영하는 메디우스 아키텍츠(MEDIUS Architect)가 1등을, 포루투갈과 이탈리아 건축가가 각각 2, 3등을 차지했다.

이제 막 세계 건축계를 향해 발걸음을 대딛은 김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선 소감과 함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선 소식을 전하며 김씨는 “건축가의 꿈을 꾸고 있는 고향의 어린 건축학도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설계한 파빌리온은 안개가 자욱한 날의 스산한 분위기를 컨셉으로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과 해상이라는 요건을 살려 건축물에 안개가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한 게 특징이다.

현재 비엔날레 측과 시공 여부를 협의중인 당선작은 완공될 경우 건축과 예술,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쇼케이스와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베니스 하면 떠오르는 시적 요소들을 해상이라는 독특한 요건을 지닌 파빌리온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고민한 작품이다. 안개, 고요함, 바람 등 무형의 요소를 공간화하려는 시도를 늘 해왔는데 이번 수상에서 그 가능성이 적게나마 증명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조대부고를 거쳐 성균관대 건축과를 졸업한 김씨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설계한 삼우설계에서 직장 생활을 했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유년 시절을 보냈던 집과 골목이 전당 공사로 인해 사라져 버렸다. 하루 아침에 어린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장소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게 너무 아쉬웠다. 과거를 돌이킬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은 큰 상실감을 준다. 옛집에서 주어온 벽돌 조각은 건축가로서 과거를 기억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졸업 후 전당 설계를 맡은 삼우설계에 입사했고 속사정을 알고 있던 회사의 배려로 전당 공사 등에 참여했는데 당초 초년 건축가여서 내 자신의 의중을 디자인에 반영하기는 역부족이어서 늘 아쉬웠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2년전 영국으로 떠난 그는 1847년에 설립된 Architectural Association 장학생으로 선발돼 ‘고밀도 도심 지역에서의 지속가능한 건축 디자인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도심 재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이슈가 된 런던 헤이게이트 지역 재개발 프로젝트, 아프리카 수단 아이들을 위한 평화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 건축의 공공성이 중요한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또 페루, 이탈리아 출신 젊은 작가들과 건축스튜디오를 설립,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축가는 공간작업을 통해 이용자와 사회를 중계해 주는 매개자라고 생각한다. 매개자로서 좋은 공간을 설계하고 이용객들에게 새로운 공간 체험을 유도해 사회에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이다. 회사 이름 ‘메디우스’는 ‘매개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건축을 통해 사회안의 사람을 매개하고 결과적으로 세상을 좀 더 사람 냄새 나게하는 게 작업의 최종 목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안도 타다오다. 건축가의 역할과 건축가의 정신을 가장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는 ‘정직한 건축가’라는 생각에서다.

대학 시절부터 미술과 협업을 시도했던 그는 지금도 다양한 전시를 기획중이며 최근에는 공간과 인간의 심리적 변화를 추적한 내용을 담은 그래픽 노블 형식의 시나리오 출간 작업도 진행중이다.

/김미은기자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