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의 시간은 왠지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다. 선교사들이 머물렀던 낡은 사택, 작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골목 골목들, 울창한 나무가 반기는 사직공원까지.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는 약간 비껴서 있는 공간 같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해온 이한호(35) 쥬스컴퍼니 대표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양림동과 사랑에 빠졌다. 지난해 광주 지사를 낸 그는 양림동을 중심으로 한 문화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쥬스컴퍼니(Juice comefunny)는 잘 나가는 문화 마케팅·컨설팅 기업이다. 세종벨트 전략 컨설팅, 경기이천 도자기 브랜드 마케팅, 외교부 중남미문화축제 홍보 마케팅 등 전국에서 수많은 사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가 광주와 첫 사업을 진행한 건 지난 2006년 광주비엔날레 VIP 파티행사였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광주김치문화축제, 무등산 주상절리대 지역문화 브랜드 개발 등의 사업으로 광주와 인연을 이어왔다.
1년이면 10여차례 이상 광주를 찾았던 그는 ‘양림동’에 주목하고 아예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지사를 내고 혼자 내려와 머물렀지만, 팀장으로 일하는 서울 토박이 아내 역시 여러 차례 양림동을 다녀간 후 매력에 빠져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 광주에 왔을 때 광주의 과거, 특히 1980년대 이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의외였다. 5·18이 광주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5·18’이라는 단일한 창으로 보는 게 조금 아쉽더라. 1920년대∼30년대 광주 이야기에는 삶이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양림동은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다. 축적된 시간이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가 정말 많다.”
김현승, 정율성, 배동신, 선교사들 등 예술인들과 양림동의 골목길은 그가 꼭 진행하고 싶은 양림동 프로젝트의 핵심요소들이다.
그가 광주로 터전을 옮긴 건 물론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면 분명 민간 파트너가 필요하게 될 거고, 광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양림동에 주목하게 됐다. 광주의 현재, 과거, 미래가 모두 담긴 공간이라는 생각에서다.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물론 돈을 벌려고 일을 진행하는 게 맞다(웃음). 광주는 문화 자원이 풍부한 도시다. 문화가 꽃필 수 있는 토양이 참 좋은데 내부에서 그 진가를 발견하지 못하는 거 같다. 다양한 문화자원을 잘 엮어서 브랜드화 하고 싶다. 양림동에 흐르는 100년의 시간을 털어내면서 옥과 석을 구별해야 한다. 근대문화의 낭만성을 좇아 비주얼에만 치중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낭만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합돼야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존 주민들과 불협화음이 있는 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기 때문이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나온 이대표는 유명 문화기획자 안이영노씨와 ‘기분좋은 QX’에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다. ‘쥬스 컴퍼니’는 보통 회사를 뜻하는 ‘company’라는 단어 대신 ‘comefunny’를 쓴다. ‘문화를 통해 즐거움을 부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대표는 몇달 전부터 ‘105-28 청춘 파티’를 열고 있다. 회사가 자리한 번지수에서 착안한 105-28 청춘 파티’는 지역의 40대 이하 문화 기획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유로운 모임이다.
“광주에 와서 보니 훌륭한 인재들이 많더라. 개성있는 아티스트들도 많고. 하지만 이해 관계에 얽혀 스스로 놀 ‘판’을 만들지 못하더라. 최근에는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문화인력들이 광주로 유턴하고 있다. 광주 지역 문화기획자들과 타지역 기획자들이 어울려 즐기면서 공부하는 모임이다. 특별한 형식도, 멤버도 없이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이 모임이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획자를 마중하는 그런 모임이 되면 좋겠다.”
이 대표는 성공스토리만 좇는 건 의미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는 실수도 따른다. 그게 두려워 방어적인 태도로 일하는 건 원치않는다. 새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들이 ‘신화가 아니고 우화였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이 대표가 바라는 점이다.
〈끝〉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해온 이한호(35) 쥬스컴퍼니 대표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양림동과 사랑에 빠졌다. 지난해 광주 지사를 낸 그는 양림동을 중심으로 한 문화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이 대표가 광주와 첫 사업을 진행한 건 지난 2006년 광주비엔날레 VIP 파티행사였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광주김치문화축제, 무등산 주상절리대 지역문화 브랜드 개발 등의 사업으로 광주와 인연을 이어왔다.
1년이면 10여차례 이상 광주를 찾았던 그는 ‘양림동’에 주목하고 아예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지사를 내고 혼자 내려와 머물렀지만, 팀장으로 일하는 서울 토박이 아내 역시 여러 차례 양림동을 다녀간 후 매력에 빠져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 광주에 왔을 때 광주의 과거, 특히 1980년대 이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의외였다. 5·18이 광주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5·18’이라는 단일한 창으로 보는 게 조금 아쉽더라. 1920년대∼30년대 광주 이야기에는 삶이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양림동은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다. 축적된 시간이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가 정말 많다.”
그가 광주로 터전을 옮긴 건 물론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면 분명 민간 파트너가 필요하게 될 거고, 광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양림동에 주목하게 됐다. 광주의 현재, 과거, 미래가 모두 담긴 공간이라는 생각에서다.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물론 돈을 벌려고 일을 진행하는 게 맞다(웃음). 광주는 문화 자원이 풍부한 도시다. 문화가 꽃필 수 있는 토양이 참 좋은데 내부에서 그 진가를 발견하지 못하는 거 같다. 다양한 문화자원을 잘 엮어서 브랜드화 하고 싶다. 양림동에 흐르는 100년의 시간을 털어내면서 옥과 석을 구별해야 한다. 근대문화의 낭만성을 좇아 비주얼에만 치중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낭만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합돼야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존 주민들과 불협화음이 있는 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기 때문이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나온 이대표는 유명 문화기획자 안이영노씨와 ‘기분좋은 QX’에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다. ‘쥬스 컴퍼니’는 보통 회사를 뜻하는 ‘company’라는 단어 대신 ‘comefunny’를 쓴다. ‘문화를 통해 즐거움을 부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대표는 몇달 전부터 ‘105-28 청춘 파티’를 열고 있다. 회사가 자리한 번지수에서 착안한 105-28 청춘 파티’는 지역의 40대 이하 문화 기획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자유로운 모임이다.
“광주에 와서 보니 훌륭한 인재들이 많더라. 개성있는 아티스트들도 많고. 하지만 이해 관계에 얽혀 스스로 놀 ‘판’을 만들지 못하더라. 최근에는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문화인력들이 광주로 유턴하고 있다. 광주 지역 문화기획자들과 타지역 기획자들이 어울려 즐기면서 공부하는 모임이다. 특별한 형식도, 멤버도 없이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이 모임이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획자를 마중하는 그런 모임이 되면 좋겠다.”
이 대표는 성공스토리만 좇는 건 의미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는 실수도 따른다. 그게 두려워 방어적인 태도로 일하는 건 원치않는다. 새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들이 ‘신화가 아니고 우화였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이 대표가 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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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