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에 시조집 10권을 묶어 전집으로 펴낸 시조시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장흥출신 김계룡(사진) 옹. 평생을 아동교육에 헌신했던 전직 초등학교 교장인 김옹은 최근 ‘지는 해는 더욱 붉어라’, ‘푸르른 날의 엽서’ 등 시집 10권을 묶어 ‘김계룡 시조전집’(현대문예)을 펴냈다. 그동안 광주·전남에서 단행본 낱권으로 시집을 낸 경우는 많으나 전집을 단행본으로 발간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조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이 깃든 문학 장르입니다. 전집을 발간하게 된 이유는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을 되살리고 젊은 세대에게 우리 시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996년 ‘모닥불’, ‘대춘보’로 계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김 옹은 초등학교 교사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평소 문학을 좋아해 꾸준히 시와 시조 습작을 하다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을 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할 만큼 우리 시조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업무 중압감 때문에 시조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시조를 쓰고 나면 답답하던 마음이 풀리고 차분해집니다. 아마 내면에 우리 가락의 정서가 잠재되어 있지 않았나 싶어요”

김 옹은 시조를 쓰는 틈틈이 산을 오른다. 지금까지 국내 1000m 이상 산은 거의 올랐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한다. ‘고봉 찾아 3만리’는 그의 산하에 대한 예찬이 투영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평설을 쓴 정소파 시조시인은 “교장으로서 교육적 사명을 다한 그 학덕이, 몸에 밴 천진무구한 어린이처럼 그 처신이 단아하다”며 그의 순명담백한 심원을 평한다.

김 옹은 시조를 쓰는데 형식에 갇히지 않는다.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 양장시조를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쓴다. 모두 다 우리 고유의 전통 시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조의 나라에 태어나 한 수의 시라도 더 결(結)해야 한다는 ‘애국심’에서 기인한다.

건강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옹은 “음식을 골고루 먹되 소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최고”라고 말한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