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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치는 자, 환기하는 자, 자유를 찾는 자
‘정결한 집’
정찬 지음
2013년 02월 22일(금) 00:00
인간은 절대적 운명 앞에서 한없이 하찮아지고 나약해진다. 그렇다고 운명에 함몰되지 않는다. 차라리 궤도 이탈을 선택한다.

정찬의 일곱 번째 소설집 ‘정결한 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그렇다.

그간 세계의 불온한 질서를 진지하게 파헤쳐왔던 작가는 이번에도 불가해한 세상에 대한 이면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덟 편의 소설은 각기 ‘운명’에 연루된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부딪치는 자, 환기하는 자, 자유를 찾는 자로 수렴된다.

해설을 쓴 김대산 씨는 “정찬의 소설들에서 ‘인간’에 대한 문제는 사라진 문제거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의미심장한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문제”라며 ‘인간’을 둘러싼 운명의 다의성을 말한다.

즉, 운명의 일회적 측면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들의자’와 같은 작품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신화-종교와 병치시켜 부조리의 원류를 추적하기도 하며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서는 상황의 충격을 되살리고 공유함으로써 지난한 운명이 함께 짊어져야 하는 문제임을 환기한다.

“그동안 소설가로서 등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노새처럼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그럼에도 쉼 없이 걸어온 것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갈증을 가시게 하는 샘물이 있으리라는 희마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여전히 운명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다. 여전히 그의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박성천기자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