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메세나(mecenat) 운동이 활발하다. 미술관과 갤러리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면서 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또 그렇게 내어준 미술관과 갤러리는 비영리문화공간으로 지역 작가들과 함께 호흡한다.

화순에서 광주로 넘어오는 길목. 동구 소태동 증심사 입구 한 건물의 1층 쇼윈도 너머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인쇄용지 유통 기업인 종이와사람들 건물 1층에 위치한 갤러리 생각상자에 전시된 작품들이다.

갤러리 생각상자는 지난 2011년 개관했다. 종이와사람들 대표이자 누리문화재단 전 이사장이기도 한 조상권씨가 회사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1층 공간을 공공의 목적으로 내어놓은 것이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건물 2층에 갤러리를 위한 수장고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회사가 갤러리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갤러리 생각상자는 공공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대관료가 없다. 지역 작가들의 초대전과 신진 작가 발굴 기획전을 위주로 연다. 갤러리 생각상자 청년작가지원전시 공모에 선정돼 개인전을 연 박성완씨는 어등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2월28일까지는 서양화가 이매리씨 개인전 ‘Portraits of shoe’가 열린다.

광주시 서구 농성동 BMW매장 2층에 위치한 갤러리 스페이스K-광주는 코오롱이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만든 곳이다. 스페이스K_과천, 서울 등 전국 5개 스페이스K 갤러리 가운데 4번째로 문을 열었다. 110여 평에 이르는 전시 공간은 전국 5개 전시공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갤러리 스페이스K_광주는 문화예술 지원과 나눔이라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설박, 안희정, 박성완 등 지역 신진작가 7명이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후에 스페이스K는 서울에서 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작가의 작품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운 셈이다.

최근에는 지역민들을 위한 ‘그림 달력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정기공연도 여는 등 종합문화예술공간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조각가 배영경씨의 ‘묵시록’ 전(∼15일)이 열리고 있다. 문의 062-370-5948.

미디어아티스트 조용신씨의 개인전 ‘X-BOX STORY’가 열리고 있는 동구 대의동 은암미술관도 보성건설이 무상으로 내어준 공간이다. 지난 2010년 6월 보성건설 설립자인 이기승 회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내줬지만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 회장은 지역 작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암미술관도 상업성을 배제하고 순수한 비영리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마다 기획전과 초대전 등 20여 차례 가까운 전시를 열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기를 퍼트리고 있다. 이달 중에는 김환기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시와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의 062-231-5299.

남구 진월동에 있는 갤러리 리채는 진아건설의 후원을 많이 받고 있다. 때문에 갤러리를 오픈 할 때부터 개인 화랑과 갤러리의 개념을 탈피해 작가들의 지원을 위한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작품을 걸고 싶은 젊은 작가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팸플릿도 무상으로 만들어 준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또다시 젊은 작가들의 작품 구입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리채와 미술모임 ‘ART_FUN’ 회원들이 소년·소녀 가장 돕기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 600만원을 남구에 기탁하기도 했다. 조근호씨 개인전(∼26일)이 진행중이다. 문의 062-412-0005.

은암미술관 채종기 관장은 “미술관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벤츠를 공짜로 주는 것과 같다”며 “더 중요한 것은 공간에 걸맞는 전시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