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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견디는 사람들, 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2013년 02월 07일(목) 00:00
“너는 대체 무슨 맛으로 살았니?”

어느 날 문득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자신있게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사는 것이 맛으로 환원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백 사람이면 백 사람, 천 사람이면 천 사람 각기 다른 맛을 느끼는 게 인생이다.

‘빨치산의 딸’의 작가 정지아가 오랜 침묵을 깨고 소설집 ‘숲의 대화’를 출간했다. 그는 단편 ‘봄날 오후, 과부 셋’에서 그렇게 묻는다. “너는 대체 무슨 맛으로 살았니?”라고.

당연히 이 도발적인 질문은 멋지고 찬란한 인생을 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비루하고 누추해 보이는 이들이 느끼는 인생의 맛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루저’들, 치매노인, 중중장애인처럼 더 이상 추락할 게 없는 인생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던진다.

“살아 있으니 살 것이고 쓰는 재주밖에 없으니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을 살게 하는 쌀 같은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소설을 위해, 농부의 정직한 땀방울,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는 사라지는 것, 누추한 것, 아픔을 견디며 사는 것에 무한한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면서 존재의 귀함을 일깨우며 나름의 의미를 복원한다. 어느 인간이든 하나의 우주이자 그가 살아온 만큼의 무게가 깃들어 있기에 그렇다. “쌀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은행나무·1만3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