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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도서관은 건설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것”
‘도서관의 탄생’ 스튜어트 A.P. 머레이 지음
2013년 01월 18일(금) 00:00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내부.
“천국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도서관일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작가인 보르헤스는 도서관의 의미를 그렇게 부여했다. 그의 작품은 20세기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그런 그가 도서관을 천국의 이미지로 표상했다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책에 무관심한 이들에게는 얘기가 달라진다. 일 년에 고작 서너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교양을 쌓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은 ‘가깝고도 먼’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 또한 공감한다. 도서관은 상상의 보물창고라는 사실을.

그러한 관점에 따라 도서관을 바라본다면 그곳은 의미있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안 읽고의 차원이 아니라 그 공간이 축적하고 소장하고 있는 가치가 상상 이상으로 유용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명의 기록과 인간의 역사를 도서관과 연계한 ‘도서관의 탄생’이 출간되었다. 책은 도서관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다양한 역사적 자료와 함께 제시한다.

최초의 도서관은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에 걸쳐 있는 농경지대로 추정된다. 시리아 남부에 있는 에블라 유적에서 발굴된 도서관이 가장 오래되었고 이때 글쓰기라는 개념도 시작된 것으로 본다. 기원전 1300년경 이집트의 왕 람세스 2세는 자신의 궁전에 큰 규모의 도서관을 소유했으며 그의 묘지에서는 사서로 알려진 아멘 엠 한트라는 전문가의 이름이 발견되었다.

저자인 스튜어트 A.P. 머레이는 “고대에 최고 필경사(전문서기와 필기 연습생)는 귀족과 정부로부터도 존경을 받았으며 그들의 서명을 족보에 올릴 수 있는 지위도 부여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쓴 단어는 조상, 미래, 신들과 연결되는 매체로까지 추앙받았을 뿐 아니라 읽기와 쓰기는 마술에 가까운 행위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전 시대에 많은 도서관은 불안한 운명에 처해 있었다. 3세기 무렵의 페르시아의 글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고대 서적들로 가득한 큰 도서관이 있는 페르시아 수도를 약탈하고 문서 보관소를 불태워 버렸다. 4세기 이후 기독교가 부흥하면서는 많은 장서들이 불경한 이교도의 가르침이라는 이유로 파괴되었다.

중세 이후 책읽기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서점과 대학이 등장했다. 14세기와 15세기는 문예부흥기라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예술·철학·건축·음악 과학과 관련한 책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구텐베르크가 창안한 이동식 활자가 등장, 책의 인쇄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일반 대중들도 학문에 대한 지적 욕구에 따라 장서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저자는 문명사에서 도서관의 역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고 강조한다. 흔히 “한 국가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보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보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도서관은 인류가 창안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자 정신의 보고이다.

저자의 지적 편력을 따라 읽다보면 불현듯 스코틀랜드의 역사가 존 힐 버튼의 말이 떠오른다. “위대한 도서관은 건설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진다”는.

〈예경·2만5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