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회 광주비엔날레의 ‘눈’(NOON)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준호·문경원씨의 작품 ‘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은 영화배우 이정재·임수정이 노 개런티로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들은 국내 작가로는 20년 만에 카셀 도큐멘타에 초청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들은 2개 화면으로 이뤄진 영상 작업을 통해 급격한 지구 환경 변화로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 미래를 배경삼아 예술의 마지막 모습과 탄생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 시간을 살아가는 한 남녀의 단편적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미래 삶의 모습과 가능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인간 삶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애초 이들은 광주비엔날레 때 소쇄원과 송광사의 이미지 등을 빌려와 움직이면서 공연·토론 등이 가능한 작품을 만들려던 구상을 했다가 엄청난 제작비 등을 이유로 ‘세상의 저편’으로 결정했었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최정화 등 5명의 심사위원들은 “작가들이 우리 시대의 불가사의한 일들을 창조하면서, 동시에 혼란스럽고 매혹적인 미래적 우주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청년작가상을 받은 모토유키 시타미치가 출품한 작품 ‘다리’는 비엔날레 전시관 2층 벽면에 줄지어 부착된 286점의 사진 작품이다. 지난 3월 일어난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작가는 자전거로 일본 전역을 돌며 다리를 촬영했다. 이 다리는 편의를 위해 두 곳을 잇는, 익명의 주민들이 간직한 소박한 꿈과 욕망의 기록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올해 처음 제정된 ‘영예상’을 받은 멕시코 출신 조각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는 광주극장에서 ‘자동건축 작업실:비효율적 땜질 워크숍:극장 뒤 무료 상담’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 1930년대 지어진 광주극장 사택에서 3주간 머물면서 집으로서 기능이 정지됐던 공간과 그 장소에서 발견된 물건에 노동력을 가하고 공간을 바꿔가는 작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지역 젊은 작가, 사상가, 음악가 등과 끊임없는 워크숍을 통해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아브라함은 최근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유지를 이어 만든 제5회 양현미술상(상금 1억원)도 수상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