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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관람객들에게 광주를 얘기하고 싶었다”
김 선 정 광주비엔날레 공동 책임감독 인터뷰
2012년 08월 09일(목) 00:00
첫인상은 참 소탈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답하면서도 겸손함과 부러울만한 큐레이팅 능력도 갖췄다.

김선정(47) 광주비엔날레 공동책임감독 얘기다. 전시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 감독의 일정은 숨돌릴 틈도 없이 빽빽하다. 이번 비엔날레 40개국 92명(팀)의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 절반 이상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인데다, 전시장도 광주 전역으로 펼쳐져 있다. 5명의 아시아 출신 여성 공동 감독과 전시장 조성 현황을 점검하고 작가들의 작품 제작 상황 등을 챙기다보면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 줄 모른다.

김 감독은 8일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9회 광주비엔날레(9월 7일∼11월 11일) 기획 의도와 관련, “비엔날레를 보러 오는 관람객들에게 광주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비엔날레 전시가 여러 곳에서 열린다. 전시장이 분산된 이유는 뭔가.

▲비엔날레에 참여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내 섹션의 경우 광주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전시 자체가 광주라는 기억에 대한 얘기를, 작가들이 와서 풀어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엔날레가 20년이 다 돼가는데 비엔날레 자체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다. 또 도심 중심부가 비어있게 되고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장소가 됐다는 점에서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정 장소가 기능을 잃어버리고 다른 기능을 갖기 전의 정지된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 그런 공간을 재생시키는 데 예술이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와 전망을 갖고 추진했다. 비엔날레 전시관 1층 로비의 리노베이션 작업도 그런 생각에서 이용우 대표에게 제안해 추진하게 됐다.

- 왜 대인시장, 광주극장 등의 장소를 택했나.

▲대인시장은 2008년 때도 전시 장소로 쓰였다. 그 뒤로 지역 작가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온 작가들의 작업실이 생기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또 대인시장을 활용하면 비엔날레의 연관성 뿐만 아니라 광주 작가, 여기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나. 다른 지역에서 오는 관람객들이 비엔날레만 보러 온 게 아니라 광주에 있는 다른 작가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겼으면 좋겠다. 설치미술가 양혜규씨가 13회 카셀 도큐멘타(Documenta)에 초청받아 참여하게 된 것도 지난 2010년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진행된 양씨의 전시를 본 카셀 도큐멘타 예술감독(캐롤린 크리스토프 바카르기예프)이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광주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 아니냐.

-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작가들이 머무르며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 적지 않은데.

▲솔직히 1년 반 안에 전시를 만들어 나가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보니 새롭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것보다 빨리 와서 잘 보여주려는 방식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한 방식과는 다른 방법을 도입하고 싶었다.

- 신작 위주의 전시를 꾸미는 이유가 있나.

▲관람객들이 좋아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운 작업이다. 비엔날레라는 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이뤄지는 대단한 전시인데, 길에다 돈을 쏟아붓어 버리면 아까운 것 같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비엔날레가 정말 많은데 광주비엔날레만의 특징을 무엇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광주비엔날레만을 위한 작품들을 모여서 전시를 꾸민다면 더 좋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그것을 광주비엔날레가 갖는 차별화로 보면 되겠나.

▲한 명이 만든 전시가 아니라 아시아 출신 6명의 감독들의 역할이 녹여져 보여지는 전시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 ‘현대미술은 난해하다’는 인식으로 비엔날레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게 사실이다.

▲꼭 어려운 게 나쁜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 큐레이터로서도 관람객들이 예년보다 적으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시 감독으로서 좋은 전시였다, 오래 기억되는 전시로 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다루는 내용도 미디어에서 매일 접하는 이슈들과 연관성이 많다.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

- 어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가.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세계 곳곳에서 오는 작가들은 작품으로 자신들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부분을 이해하고 둘러보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예술’을 보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작품 속에 미학적 개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은 아름다운 것, 예쁜 것 등의 고정 관념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솔직히 평면 작품도 많지 않고 일반 관람객들에게 막연히 떠오르는 옛날 시대 미술도 아니다. 작가들도 신문 섹션처럼 사회·정치·경제적 부분을 다루는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전시가 이뤄진다.

- 감독으로서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

▲다 좋다.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영화를 좋아하는 관람객이라면 크리스 마커(프랑스)의 작품 ‘레벨 파이브’(Level Five)를 권한다. ‘해프닝’이라는 용어를 만들며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앨런 캐프로(미국)의 작품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도 좋다. 한국 작가인 임동식씨의 ‘친구가 권유한 방흥리 할아버지 고목나무- 여덟 방향’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독일 출신 안리 살라의 비디오 작품 ‘틀라텔롤코 사태’나, 보리스 그로이스의 작품도 한번 둘러봐야 할 전시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