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국가폭력이라는 걸 알게 하고 치유의 길을 돕고 싶습니다.”

이달 말 문을 열 예정인 ‘광주트라우마센터’ 센터장(비상근)으로 내정된 강용주(50·서울 아나파의원 원장)씨는 “5·18 피해자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수 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분노하고 술을 마시며 우울증에 빠진 이유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데 이는 엄연히 국가가 책임져야할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강씨는 또 “5·18이 민주주의의 본보기라고 하지만 과거청산이 이뤄지고 민주화과정을 겪는 아시아국가에 모두 들어선 국가폭력 치유 센터가 없는 곳 또한 대한민국이다”라며 “그들에게 배우는 자세로 훌륭히 가꿔,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명실공히 아시아 트라우마 치유의 허브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가 국가폭력 피해자를 치유하는 전문가이지만 그 또한 국가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는 전남대 의대 재학중이던 1985년 안기부가 발표한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 남산 안기부 별관으로 끌려가 60일 동안 고문을 당한 끝에 거짓 자백을 하고 말았고, 한 장짜리 전향서 쓰기를 거부해 14년 갇혀 있었다. 수감 14년 만인 1999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출소했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과 상처를 안고 산다고 말한다.

그는 ‘광주’만 생각하면 지금도 평상심을 잃는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때 5·18 시민군으로 참여했다가 진압 전날 도청을 빠져나왔던 것이 상처로 남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 때문에 더 치열하게 독재에 맞서 싸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고문으로 ‘쓰레기통에 처박힌 내 영혼’을 보고 상처받기도 했지만, 내면의 상처를 대면하면서 스스로 치유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마음 치유에 대한 본질을 깨닫을 수 있었으며 ‘상처받은 치료자’로서 힘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한다.

강씨는 1999년 전남대 의예과에 복학해 2004년 졸업했으며 2008년 가정의학 전문의가 되어, 그해 고문치유모임인 ‘진실의 힘’을 꾸려 지금까지 고문피해자 치유모임 활동에 정성을 쏟고 있다.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