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문화부로 출판과 관련된 재미있는 잡지 한권이 배달됐다. 발행인의 표현을 빌자면 ‘엉뚱하고 도발적인’ 1인 잡지 ‘산책’(살아있는 책, 함께 걷는 책)이다.
발행인은 종이책이 죽어가고 지성이 압사당하며 꿈이 탐욕의 칼날에 깨지는 모습을 보다 못해 탄생한 잡지라고 했다.
잡지에 실린 글은 거침이 없다. 동료 출판인들이 펴낸 책에 대해서도 가차 없다. 출판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 속속 까발려진다. ‘완전히 제 마음대로’ 기준으로 쓰여진 글들은 묘하게 공감이 간다.
발행인이자, 편집인이자, 필자인 김흥식(56)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전북 군산 출신인 김씨는 ‘서해문집’의 사장으로 책을 본격적으로 만든지 12년이 된 출판인이다.
이 잡지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화가나서”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0여년전만해도 출판계가 단순히 장사라는 개념을 떠나 문화의 전위대라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어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들도 많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엔 그런 게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요. 출판계는 문화활동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게 있어야 해요. 하지만 요즘 출판인들은 자기들이 만든 책만 많이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해요. 그러니 베스트셀러 조작이다 뭐다 해서 온갖 장난을 치고 서로 욕하고 뒷담화하고 그러는 모습들을 보이는 거죠. 다 알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내가 직접 독자들과 이야기하자 싶었죠. 안되면 내가 미친놈 되는 거고(웃음)”
잡지는 다양한 꼭지들로 구성돼 있다. ‘베스트&워스트’는 출판과 관련된 ‘10대 존재’를 이야기하는 글이다. 창간호에서는 ‘10대 출판사’를 다뤘다. 철저히 그의 시선으로 뽑힌 ‘10대 출판사’는 사계절 출판사, 도서출판 창비, 돌베개, 도서출판 길, 그린비, 뜨인돌, 사이언스북스 승산, 예경, 산지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다.
‘같은 소재 다른 재미’는 ‘참으로 재미있는 책’을 소재나 주제에 따라 여러권 소개하는 코너다.
‘요즘 읽고 읽는 책’과 ‘가차 없다 한줄평’ 다른 매체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출판사 탐방기를 표방한 ‘이곳에서 이런 책을?’ 등도 눈길을 끈다. ‘금기의 파괴’와 ‘출판의 종말’이라는 타이틀로 쓰여진 글들은 의미심장하다.
“내가 만든 책이 100년후에도 남아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출판인들이 없어져가고 있어요. 7∼8년전에 ‘아침형 인간’ 같은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었어요. 이때 빠르면 1주일만에도 책 한권을 뚝딱 만들어내곤 했어요. 팔리기도 많이 팔렸죠. 하지만 이 시장은 3∼4년전에 한 큐에 갔어요. 독자들 사이에서 몇번은 속아서 샀는데 별것 없다는 의식이 생겼기 때문이죠. 이런 관행은 독서계 전체를 붕괴시켜요.”
창간호는 모두 5000부를 찍었다. 제작비는 400만원 정도. 서해문집에서 모두 다 부담했다. ‘산책’의 편집은 파격적이다. ‘엉망으로 만들어라. 틀을 다 깨라’는 김씨의 주문에 따른 결과다.
“10∼20년 후를 내다보고 책을 만드는 이들이 인정을 받아야해요. 30년전에 비해 책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졌어요. 책에는 위대한 정신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개 상품으로 전락해 버렸어요. ‘책이 상품’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많구요. 출판인 스스로가 위상을 떨어트린 거예요. 좋은 책이 잘 팔리면 그것처럼 좋은 게 없죠. 하지만 요즘에는 나쁜 책이 잘 팔리는 게 문제예요. 독자들에 영합하는 책들 말이죠. 출판계는 독자들을 한발 앞에서 끌고 가야해요. 뒤에서 독자를 밀면 안돼요.”
잡지에 실린 서평과 글들은 신랄하고 아프다.
“이번에 실린 글들을 보면 편집자들이 책 만들 때 두번 볼 것 세번 검토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 놈한테 물리지 않으려면(웃음) 책 잘 만들어야겠구나. 이 생각을 한다면 그 역할로 만족합니다.
‘행복한 1등 독서의 기적’이라는 책을 펴낸 그는 요즘 잘 나가는 강사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법. 책을 친구로 만드는 법 등을 이야기하는데 단단한 성처럼 보이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걸 많이 느꼈어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전남 지역에서는 강의 요청이 없네요. 선산이 있는 담양 메타세콰이어길도 가보고 싶은데요.(웃음)”
그에 따르면 ‘산책’은 ‘읽고자 하는 분이 안 계시면 그 순간 사라지고, 읽고자 하는 분이 제 노력의 크기를 넘어선다면 이 몽상의 삶은 계속되는’ 잡지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발행될 수도, 1년에 한번 발행될 수도 있다.
정기구독료는 무료다. 배송료(10부 이하 1000원, 11∼50부 3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발행인은 사서, 교사, 독서애호가들이 ‘좋은 책’과 ‘나쁜 책’, ‘이상한 책’에 대한 서평을 보내주기를 ‘엎드려 부탁’하고 있다. 원고 보낼곳, 구독신청. paja@paran.com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발행인은 종이책이 죽어가고 지성이 압사당하며 꿈이 탐욕의 칼날에 깨지는 모습을 보다 못해 탄생한 잡지라고 했다.
잡지에 실린 글은 거침이 없다. 동료 출판인들이 펴낸 책에 대해서도 가차 없다. 출판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 속속 까발려진다. ‘완전히 제 마음대로’ 기준으로 쓰여진 글들은 묘하게 공감이 간다.
이 잡지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화가나서”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0여년전만해도 출판계가 단순히 장사라는 개념을 떠나 문화의 전위대라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어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들도 많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엔 그런 게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요. 출판계는 문화활동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게 있어야 해요. 하지만 요즘 출판인들은 자기들이 만든 책만 많이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해요. 그러니 베스트셀러 조작이다 뭐다 해서 온갖 장난을 치고 서로 욕하고 뒷담화하고 그러는 모습들을 보이는 거죠. 다 알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내가 직접 독자들과 이야기하자 싶었죠. 안되면 내가 미친놈 되는 거고(웃음)”
‘같은 소재 다른 재미’는 ‘참으로 재미있는 책’을 소재나 주제에 따라 여러권 소개하는 코너다.
‘요즘 읽고 읽는 책’과 ‘가차 없다 한줄평’ 다른 매체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출판사 탐방기를 표방한 ‘이곳에서 이런 책을?’ 등도 눈길을 끈다. ‘금기의 파괴’와 ‘출판의 종말’이라는 타이틀로 쓰여진 글들은 의미심장하다.
“내가 만든 책이 100년후에도 남아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출판인들이 없어져가고 있어요. 7∼8년전에 ‘아침형 인간’ 같은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었어요. 이때 빠르면 1주일만에도 책 한권을 뚝딱 만들어내곤 했어요. 팔리기도 많이 팔렸죠. 하지만 이 시장은 3∼4년전에 한 큐에 갔어요. 독자들 사이에서 몇번은 속아서 샀는데 별것 없다는 의식이 생겼기 때문이죠. 이런 관행은 독서계 전체를 붕괴시켜요.”
창간호는 모두 5000부를 찍었다. 제작비는 400만원 정도. 서해문집에서 모두 다 부담했다. ‘산책’의 편집은 파격적이다. ‘엉망으로 만들어라. 틀을 다 깨라’는 김씨의 주문에 따른 결과다.
“10∼20년 후를 내다보고 책을 만드는 이들이 인정을 받아야해요. 30년전에 비해 책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졌어요. 책에는 위대한 정신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개 상품으로 전락해 버렸어요. ‘책이 상품’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많구요. 출판인 스스로가 위상을 떨어트린 거예요. 좋은 책이 잘 팔리면 그것처럼 좋은 게 없죠. 하지만 요즘에는 나쁜 책이 잘 팔리는 게 문제예요. 독자들에 영합하는 책들 말이죠. 출판계는 독자들을 한발 앞에서 끌고 가야해요. 뒤에서 독자를 밀면 안돼요.”
잡지에 실린 서평과 글들은 신랄하고 아프다.
“이번에 실린 글들을 보면 편집자들이 책 만들 때 두번 볼 것 세번 검토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 놈한테 물리지 않으려면(웃음) 책 잘 만들어야겠구나. 이 생각을 한다면 그 역할로 만족합니다.
‘행복한 1등 독서의 기적’이라는 책을 펴낸 그는 요즘 잘 나가는 강사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법. 책을 친구로 만드는 법 등을 이야기하는데 단단한 성처럼 보이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걸 많이 느꼈어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전남 지역에서는 강의 요청이 없네요. 선산이 있는 담양 메타세콰이어길도 가보고 싶은데요.(웃음)”
그에 따르면 ‘산책’은 ‘읽고자 하는 분이 안 계시면 그 순간 사라지고, 읽고자 하는 분이 제 노력의 크기를 넘어선다면 이 몽상의 삶은 계속되는’ 잡지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발행될 수도, 1년에 한번 발행될 수도 있다.
정기구독료는 무료다. 배송료(10부 이하 1000원, 11∼50부 3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발행인은 사서, 교사, 독서애호가들이 ‘좋은 책’과 ‘나쁜 책’, ‘이상한 책’에 대한 서평을 보내주기를 ‘엎드려 부탁’하고 있다. 원고 보낼곳, 구독신청. paja@paran.com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