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출신 작가들이 국내 경매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경매 시장의 낙찰가가 치솟고 있으며 경매 시작 가격도 올라가는 등 ‘잘 팔리는 작품’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15일 미술품 경매전문회사인 A옥션에 따르면 여수 출신으로, ‘한국의 툴루즈 로트레크’라 불렸던 손상기 화가의 작품의 경우 최근 2년간 작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손상기 작품은 7개월 전인 지난해 9월, 경매 시작가격이 1200만∼13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3월 시작 가격이 8000만원을 뛰어넘는 등 인기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같은 작가 작품이라도 크기·재료나 경매 시기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손 화가의 인기는 눈에 띌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게 미술계 분석이다. 경매 참여자들의 손 화백에 대한 선호도도 최근 부쩍 높아졌다는 게 A옥션측 설명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9월 K-옥션에서 거래된 손상기의 ‘산 밑 동네’(캔버스에 유채·31.8 x 40.9㎝·1985년작)는 1200만원에 경매를 시작, 17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경매에서 거래된‘성숙된 여인’(캔버스에 유채·45.5 x 37.9㎝·1983년)의 경우 두 배 이상 뛴 2800만원에 경매가 시작돼 수집가들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6800만원에 팔렸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공작도시- 능선의 작은 집들’(캔버스에 유채·60.6 x 72.7㎝·1987년)이라는 작품은 경매 시작 가격이 8000만원으로 올랐고 낙찰가는 1억 2500만원에 달했다.

서울옥션도 비슷해 지난해 9월 거래된 ‘성숙된 아침’(캔버스에 유채·45.7 x 38㎝·1984년)은 1300만원에 경매가 개시된 뒤 무려 7배가 뛴 9500만원에 팔렸고 지난해 12월 거래된 ‘고향풍경 중에서’(캔버스에 유채·90.5 x 116.5㎝·1985년)는 8000만원부터 경매가 시작, 1억 5000만원에 팔렸다.

A옥션에서도 손상기의 ‘무제’(1977년작)라는 작품(2800만원)이 지난해 10차례의 온·오프라인 경매에서 거래된 호남권 작가들의 작품 242점 중 단일 작품으로는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A옥션은 이에따라 “손 화백 작품에 대한 컬렉터들의 높은 선호도를 고려해 오는 6월 예정된 경매에 올릴 계획을 세워놓고 작품을 수집중”이라고 밝혔다.

고흥 출신 천경자 화백 작품도 인기가 남다르다.

천 화백은 지난해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의 KAMP 50지수 분석 결과, AAA등급 작품 10호당 평균가격이 4억5000만원으로, 조사 대상인 국내 최고 수준의 서양화가 50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KAMP 50 지수는 미술품감정협회가 개발한 국내 최고 수준의 서양화가 50명의 대표작 10호당 평균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지수다. 다만, AAA등급 작품의 10호당 평균가격이 다른 작가들보다 현저히 높은 박수근(16억1600만원)과 이중섭(13억5900만원)은 제외됐다.

특히 미술계에서는 천 화백이 최근 건강 악화로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상설 전시를 통한 대중적 인지도도 크게 높아지면서 경매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 화백의 ‘꽃과 여인’(종이에 채색·32.8 x 25.3cm)의 경우 지난 3월 K 옥션에서 2억7000만원에 팔렸고 ‘자바의 여인’(종이에 채색·31.2 x 40.5cm·1986년)은 1억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천 화백의 ‘금붕어’(46×34㎝)는 지난해 12월 A 옥션에서 800만원에 낙찰됐지만 지난 3월 다시 경매에 부쳐졌을 때는 960만원으로 낙찰가가 뛰었다.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화백도 ‘정원’이라는 작품이 한국 작가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홍콩 미술시장에서 10억원이 넘는 가격(11억원)에 낙찰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컬렉터의 인기를 끌고 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