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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으로 끊임없이 질문 … 담론 이끌어 내자는 것”
(13) 현대미술 작가 이조흠
서양화가 故 이강하 화백의 아들
회화·사진·영상 경계 없는 작품 주목
올해도 다양한 개인전·그룹전 계획
2012년 04월 09일(월) 00:00
서양화가 이조흠은 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이미지들을 작품 소재로 차용한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어떻게 말해야 할까. 현대미술 작가 이조흠(28)씨의 작품에는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현대 미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도구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갖고 논다. 서양화를 전공한 만큼 붓과 물감이라는 전통적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스머프·스펀지밥·아바타 등 팝아트 소재인 만화·영화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정통 서양화의 틀을 벗어난 갖가지 실험도 시도된다. 그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소재들을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른바 ‘장르 해체’와 ‘퓨전’이다. 사진과 회화를 섞는 작업을 선보이는가 하면, 비디오를 이용해 감각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영상작업을 접목한 작품도 눈에 띈다. 심지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붙여 작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씨 작품은 정형화된 장르나 고정적 기법 대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미술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신선한 감각으로 포장한 작품들이 훨씬 많다.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는 형식을 구사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씨는 “내용을 전달하는 데 붓과 캔버스만 쓸 필요가 있느냐”, “내가 하고자 하는 내용이 살아난다면, 관람객에게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떤 표현기법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고 했다. 말하는 게 거침없으면서도 확실하다.

대중적 소재가 차용되는 탓에 이씨의 작품은 들여다볼수록 친근감이 들기 마련이다.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는, 재미있는 미술을 지향하는 ‘팝 아트’ 스타일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해’나 ‘해석’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그냥 내키는 대로 보기도 쉽지 않다. ‘솔직한 예술’이라는 팝아트와는 사뭇 다른 점이다.

그의 작품 어디에나 등장하는 ‘검은 머리의 뒷모습’은 지금껏 그의 작품을 이어주는 상징적 키워드면서 의도를 궁금하게 하는 대표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무언가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강조하는 듯한 ‘친숙하면서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씨가 “팝 아티스트라기 보다 현대미술 작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것도 나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내 작품에 나타나는 ‘뒷모습’은 삶의 주인공이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이기도 한 우리 모두를 나타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우리네 삶 속에서 ‘공존’하는 현상과 정체성을 담고 싶었요. 예를 들면 존재하지 않는 컴퓨터 속 가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기뻐하다가도 냉혹한 현실에 부닥쳐 슬퍼하는가 하면,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기를 원하는 욕망 등이 공존하는 사회를 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관찰한 것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내가 작품의 해답을 주는 게 아니라 나와 관람객들의 각기 다른 아이디어와 생각이 교차하면서 조금씩 담론이 형성됐으면 한다”고 했다.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대화를 지향하면서 사회를 담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담론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얘기다.

이씨에겐 ‘서양화가 고(故) 이강하’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작품으로만 보면 무등산과 영산강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생전 ‘가장 전라도다운 풍경과 한을 전라도다운 필선’이라는 평을 받았던 이 화백의 표현 방식을 이씨에게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강하 아들인 만큼 아버지의 ‘스타일’을 보여줬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근데, 지금 제 모습이 점차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어요. 아버지가 남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면 저는 제 또래의 정체성과 현재의 사회를 작품에 담아내려고 하는 있는 거죠.”

듣고보니 닮았다. 이 화백이 자연 그대로의 대상을 그리면서 전라도 풍경 뒤에 감추어진 혼과 정체성을 표현했다면, 이씨도 정체성이 드러나는 사회를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불교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조선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해마다 참여한 단체전만 수십여차례에 이르고 매년 실험적 작품을 내놓고 있다. 두 차례의 개인전도 열었다.

이 과정에서 걸그룹 2NE1의 음반 재킷과 뮤직비디오 제작에 참여한 팝 아티스트 마리 킴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고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주기 위한 광주시립미술관의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에도 다양한 그룹전과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는 이씨는 신세대 작가답게 꿈도 솔직하다. ‘유명 작가’의 명성을 얻고 싶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실험 방식을 찾아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를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세워놓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광주에서 ‘작품 속에 사회를 담아내는 현대미술 분야의 개념있는 있는 작가’로 인정받지 않을까요.”

문화도시의 힘은 젊음이다. 현실적으로 돈 안되고 비전 없다는 이유로 지역 문화예술 분야에서 유망한 신예들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게 현실. 이런 상황에서 이씨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작 의욕을 높이고 있는 작가들이 많아지는 것,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미래가 아닐까.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