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상상이 만들어낸 유토피아, 실제가 되다
‘유토피아의 탄생’
주강현 지음
2012년 04월 06일(금) 00:00
제주도 뱃사공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오는 전설의 섬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이어도가 20세기에 만들어진 역사라면 어떻게 되는걸까.

제주대 석좌교수이면서 민속학자, 해양문명사가인 주강현씨의 ‘유토피아의 탄생’은 구전으로 전해온 이어도와 관련한 설화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소코트라 락’(Socotra Rock)으로 표기되던 마라도 남서쪽 152km에 있는 암초가 ‘파랑도’를 거쳐 ‘이어도’로 이름 지어지면서 상상속의 섬이 실제의 섬으로 바뀌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섬-이상향/이어도의 심성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제주 무가(巫歌)는 물론 제주 속담사전조차 이어도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근래 작품이 아니고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1929년부터 1935년까지 한국의 민요를 조사한 일본인 다카하시 도루(高橋亨)가 제주민요에서 채록한 후렴구 중 ‘이어도사나’ 등에서 이어도를 즉자적으로 ‘이어도(島)’로 설정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한 일본인의 ‘해석’이었을 뿐인 표현을, 이후 학자들이 아무런 비판 없이 논문에 가져다 쓰고 그 논문이 신화가 돼 고정관념으로 귀착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이어도 진실 게임보다 중요한 점은 해도에 존재하지 않는 이어도를 자신들의 심성지도에 등재한 ‘제주도민의 망탈리테(심성구조)’에 의미를 부여했다. 역사적 소외를 겪고 정치인들의 유배지 등으로 인식되는 등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제주도민의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어도-이상향’ 담론을 증폭하고 확대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돌베개·1만3000원〉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