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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천경자 전시관 결국 폐관

관리소홀로 갈등 빚던 郡, 천 화백 작품 66점 모두 반환키로
2012년 03월 20일(화) 00:00
고흥에 조성됐던 천경자 전시관이 개관 4년 여만에 문을 닫는다. 고흥군이 천경자 전시실에 전시중인 천 화백의 작품 66점을 반환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고흥군은 기증한 작품에 대한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작품 반환을 요구해온 천 화백 측과 1년 넘게 갈등을 빚어왔다.

고흥군은 19일 고흥군 종합문화회관 내 천경자 전시실(149㎡)에 전시중인 천 화백의 작품 66점을 돌려주기로 결정하고 관련된 내용을 담은 공문을 천 화백 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고흥군은 또 ‘작품을 인도받은 뒤 작품 상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어떠한 민·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을 것’,‘작품을 인도받은 뒤에도 고흥군이 현재의 ‘천경자전시실’명칭을 사용해 홍보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합의서 초안도 덧붙여 발송했다.

지난 2007년 11월 1일 개관한 뒤 천 화백이 기증한 드로잉(55점)과 판화(11점) 등 66점의 작품을 전시하며 남도의 우수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던 전시관이 기증작품 반환으로 4년 여 만에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고흥군은 지역의 소중한 문화 유산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시실 폐쇄는 고흥군과 기증자인 천 화백 측과의 갈등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천 화백 측은 지난 2010년 11월 고흥군에 ‘기증 협약 불이행에 따른 작품 반환 요청’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한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작품 반환을 요구해왔다. 천 화백 측은 고흥군이 ‘양도받은 작품에 대한 선량한 관리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기증 당시 협약서 내용과 달리 관리를 허술하게 하면서 작품이 훼손됐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전시실 전구를 교체하면서 작품에 손상을 입히는 할로겐 전구로 교체하거나 청소용품 등이 보관되는 창고에 작품을 보관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흥군은 관리에 최선을 다해온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 제시를 요구하며 반환을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은 1년 넘게 수차례의 내용 증명을 교환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고흥군은 그러나 천 화백 측이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해결점을 찾지 못해 자칫 최악의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게 되면 양측 다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최근 반환을 결정했다.

하지만 천 화백 측은 고흥군의 합의안 대신, 조건 없는 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또다른 갈등으로 빚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천경자 화백은 근대 한국화의 대표적인 여성화가이자 수필가다. 1924년 고흥에서 태어나 동경여자미술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국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지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황금의 비’ 등이 있다. 지난 2003년 미국 뉴욕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10년째 투병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