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꽃남'에서 '빠담'으로..김범, 알을 깨다
'빠담빠담…' 이국수 역.."지극히 인간적인 천사라 고민 많았죠"
2012년 02월 08일(수) 16:53
'어린왕자'는 사라졌다. 대신 쓸만한 신인 배우가 그 자리에 단단하게 자리했다.

김범(23)이 자신을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해사하고 뽀얀 꽃미남의 이미지를 과감히 털어내고 사람 냄새 풍기는 청년이자 배우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JTBC 20부작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를 통해서다.

날개 달린 천사는 천사인데, 교도소를 다녀오고 거친 삶을 살며 사람에게 살의(殺意)마저 느끼는 천사 이국수. 안방극장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이 희한한 캐릭터를 맡아 김범은 데뷔 7년 만에 연기의 날개를 처음으로 활짝 펴보았다.

"정말로 국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감정과 상황이 어려운 게 너무 많았지만 국수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웃긴 캐릭터였기에 연기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이 친구가 다음엔 도대체 무슨 짓을 할까 매회 너무 궁금했고 어려운 연기에 도전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7일 삼청동에서 만난 김범은 극중 국수의 모습 그대로 긴 파마머리를 질끈 동여맨 모습이었다. 다만, 드라마에서 빠져나온 그는 국수의 날 선 눈빛과 말로 무장한 대신 익히 알고 있던 공손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예전의 이미지가 좋다는 분도 있고 지금이 좋다는 분도 있는데, 배우로서 여러 이미지를 갖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국수를 연기하는 동안 그에게 지난 6년간 '김범'이라는 이름을 지탱해준 부드러운 어린왕자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11㎏을 감량해 얼굴 선은 몰라볼 정도로 날카로워졌고, 기름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몸과 그 위에 대충 걸친 야전 점퍼에서는 바닥을 친 '깡'이 묻어났다. 무엇보다 선인지 악인지 늘 모호했던 강렬한 눈빛에서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에너지와 투지가 느껴졌다.

"엄마가 '우리 아들한테 악마 같은 표정이 나오네'라는 말을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엄마가 국수의 거칠고 강렬한 표정을 보면서 '네게 이런 부분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셨는데, 전 엄마가 '악마같다'는 표현을 써서 더 놀랐어요.(웃음)"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국수의 그런 거칠고 다혈질적인, 좌충우돌의 성향이 진짜 그가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수호'하고 있다고 믿는 양강칠(정우성 분)에 대해서는 이성에 대한 사랑 저리 가라 할 진하고 깊은 사랑을 퍼줬다. 중간 중간 악마 같은 눈빛을 보였던 것도 모두 사랑하는 강칠을 해하려는 자들에 대한 미움과 증오 때문이었다.

"국수는 지극히 인간적인 천사인 것 같아요. 어디서 참고할 데도 없어 정말 어려웠어요. 연기하는 내내 고민이 많았죠. 동시에 그만큼 호기심이 들었고요. 되게 망막하기도 했지만 노희경 작가를 믿고 시작한 만큼 대본에 의지했고 촬영 내내 '나는 천사다'라고 굳게 믿고 연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강칠에 대해서는 굉장히 맹목적으로 간절했던 것 같아요. 강칠을 살리기 위한 간절한 마음이 절절했죠."

천사 국수는 강칠에게 세 번의 기적을 행하지만 시한부 인생 강칠의 삶을 끝까지 책임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신도 천사가 맞는지 늘 회의했다.

"국수의 역할은 결국 기적이라는 것은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린 것임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또 우리가 각박하게 살면서 잊고 살아가는 소중한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일깨워주는 역할이고요. 그 어떤 작품보다 이번에 많이 배웠고 이 드라마가 오래도록 가슴에 먹먹함과 두근거림으로 남을 것 같아요."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의 해사한 고교생 김범은 2009년 '꽃보다 남자'의 재벌2세 소이정을 통해 '꽃미남'의 대명사로 떠올랐고, 그런 이미지를 통해 한류스타로 도약했다. 하지만 그는 돌연 2011년 자신에게 휴가를 줬다.

"데뷔 직후 초반엔 정신없이 질주했던 것 같아요.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좀 오버해서 질주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1년간 저를 돌아보고자 쉬었어요. 운동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고 덕분에 재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요."

사실 이전의 김범만 생각한다면 국수 역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빠담빠담'의 대본에 반해버린 김범은 제작진을 설득해 배역을 따냈다. 그리고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나문희 선생과 '하이킥' 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 절 못 알아보시더라고요.(웃음) 깜짝 놀라시더니 왜 이렇게 살이 빠졌느냐며 그다음부턴 먹을 것을 막 챙겨주셨어요.(웃음)"

김범은 "이번 역할을 통해 연기자로서 폭이 좀 더 넓어진 것 같고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의욕이 든다"며 "앞으로는 페이스를 잘 조절해나가며 쉬지 않고 오래도록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