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총으로…윤석열 법으로…내란 정권의 ‘광주 지우기’
尹 정권, ‘ACC 힘빼기’ 작전 펼쳤다
亞문화중심도시조성위 ‘고사’ 시도
대통령 → 총리소속 ‘위상’ 낮추고
‘꼼수 법안’ 은밀히 국무회의 의결
아특사업 동력 원천 차단 시도까지
국회 계류 법안 즉각 철회해야
2025년 12월 02일(화) 19:30
전두환이 ‘총칼’로 광주를 유린했다면 윤석열 정권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의 위상을 격하하려는 ‘법’을 악용해 국책사업을 고사시키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광주 지우기’를 답습했다는 지적이다. 1980년 5월 15일 전남도청 앞에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구름처럼 운집한 모습. <광주일보 자료사진>
내란 주범인 윤석열 정권에서 ‘광주 지우기’이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힘 빼기 시도가 끈질기게 이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 정권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하 아특사업)의 심장인 ‘조성위원회(이하 조성위)’ 구성을 3년 넘게 미루며 고사(枯死) 작전을 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계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었던 지난해 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컨트롤타워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이하 조성위)’의 위상을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하하는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은밀히 통과시킨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2일 광주시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국무회의를 열고 조성위의 소속을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됐으며, 올해 2월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내란 사태가 종식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불법적인 비상계엄 시기에 통과된 이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중인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전 정부가 ‘위원회 정비’라는 명목을 내세워 광주 아특사업의 동력을 원천 차단하려 했다는 점이다.

현행 아특법 제29조는 조성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문체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다수 부처가 얽혀 있는 거대 국책 사업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입법 취지가 담겨 있다. 국책사업으로서 명실상부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 직속 위원회 축소 방침을 내세우며 조성위를 타깃으로 삼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정부는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밀어붙이려다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은 포기하지 않고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입법예고(2024년 8월 1일~9월 9일)를 거쳐,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를 속전속결로 끝내고 국무회의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는 현행 대통령 소속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문체부에 제출했으나 철저히 묵살당했다.

조성위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하될 경우 발생할 폐해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국책사업으로서 위상을 잃고, 힘없는 행정 실무기구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매년 반복되는 예산 확보 전쟁에서 기획재정부를 압박할 명분과 힘을 잃게 된다. 아특사업은 단순한 문화 시설 운영이 아니라 도시 계획, 관광, 산업이 융복합된 거대 프로젝트다. 총리실 산하 위원회 수준으로는 각 부처 장관들을 통할하며 사업을 밀고 나갈 추진력을 확보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정부는 2022년 5월 10일 제8기 위원 임기 만료 이후 현재까지 9기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가 지난 9월 위원을 추천했음에도 현 정부조차 묵묵부답이다.

위원회를 열지 않아 기능을 마비시킨 뒤, “운영 실적이 저조하니 등급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한 고의적 태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는 순간 아특사업은 문체부의 일개 지방 사업으로 쪼그라들 것이며, 대통령이 약속했던 투자 지원이나 국가적 특례 조항들도 사문화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전 정권에서 시도된 격하 움직임은 조성사업에 대한 폄훼 의도가 명백했다”며 “현 정부 들어서도 조성위가 구성되지 않는 것은 국책사업을 수행해야 할 정부의 명백한 직무 유기이자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전 정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 정부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지 않는 것은 조성사업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내란 1년이 지났지만 현재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에는 이 개정안이 잠자고 있다. ‘계류’는 언제든 여야 합의라는 명목하에 기습 처리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한다.

지금이라도 국회, 특히 광주를 정치적 텃밭으로 둔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을 ‘광주 고립화 법안’으로 규정하고 당론으로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정쩡한 태도로 시간만 끌다가는 내란 세력들의 집요한 공작에 말려들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정부가 스스로 개정안을 철회하는 것이다. 국회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의안은 본회의 의결 전까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철회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호남을 포용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생각하고 내란 종식을 생각한다면 잘못 꿴 단추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광주시민들의 목소리다. 만약 정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국회는 상임위 차원에서 해당 법안을 즉각 폐기 처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조성위가 총리 소속으로 내려가는 순간, 아특사업은 문체부의 일개 지방 사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며 대통령이 약속했던 3조원 투입이나 국가적 지원 특례 조항들도 사문화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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