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갈림길, 길윤형 지음
2025년 11월 14일(금) 00:20
1905년 11월 17일, 조선은 외교권을 잃었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그날은 한 나라가 근대의 문턱에서 스스로의 길을 결정하지 못한 채 무너진 순간이었다.

통일외교국제 담당 논설위원 길윤형은 ‘조선의 갈림길’에서 조선의 마지막 30년을 다시 추적한다. 강화도조약(1876)부터 을사늑약(1905)에 이르기까지 근대의 파고 속에서 조선이 어떤 선택을 했고 왜 길을 잃었는지를 120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되짚은 역사 다큐멘터리다.

저자는 국내외 방대한 사료를 대조하며 조선이 쇄국과 개방, 개혁과 보수, 자주와 의존 사이에서 흔들리던 과정을 복원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일본외교문서’, ‘러시아 외교문서’ 등을 교차 검증하며 정치·외교의 결정을 입체적으로 해부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외세의 침략만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한 내부의 무기력이다.

강화도조약 이후 조선은 청과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며 근대 질서에 휩쓸린다. 김옥균과 개화파의 개혁 시도는 좌절로 끝나고, 고종의 러시아 의존은 오히려 외세 경쟁의 빌미가 된다. 동학농민운동은 민중의 열망을 폭발시켰지만 청일전쟁으로 이어지며 주권의 균형을 더욱 무너뜨렸다. 대한제국의 선포와 독립협회의 몸부림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한 채 내부의 분열과 외세의 간섭 속에 꺾였다. 세기가 바뀌며 조선은 영일동맹과 러일전쟁을 거쳐 결국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한다.

저자는 조선을 몰락시킨 것은 외부의 힘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의지였다고 말한다. 개혁을 미루고, 주권의 무게를 남에게 맡긴 결과가 한 나라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서해문집·2만58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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