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 사막과 문명…중동이 건네는 사유의 시간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중동이 건넨 말들, 백정순 지음
2025년 11월 13일(목) 20:50
일반적으로 중동 하면 부정적인 말들이 떠오른다. 9·11테러, 팔레스타인 분쟁, IS 등 불안을 환기하는 것들이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 끊이지 않는 테러 등 중동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어두운 내용이 적지 않다.

사람들의 의식 한켠엔 중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이 드리워져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대부분 중동에 대한 뉴스는 종교를 둘러싼 갈등, 산유국 이면에 드리워진 통제된 사회, 지정학적 프레임이 낳은 역학 관계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일면도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 일테면 ‘신밧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등은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가득한 중동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아라비아 상인들과 교역을 했다. 통일신라시대 아라비아인들은 향료와 유리로 만든 제품을 가지고 와 무역을 했다.

중동의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는 모래밭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사막이다. 그러나 그 사막은 오늘날 역사와 종교, 문화 등 문명을 낳았다.

‘중동이 건넨 말들’은 신과 인간, 사막과 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인 중동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백정순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 4년간 근무하며 느낀 단상을 엮은 책이다. 평소 ‘여행은 걸어 다니는 독서’라는 생각을 견지하는 저자는 책을 통해 중동의 ‘진짜 얼굴’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시각은 엔지니어이자 탐구자, 여행자, 기록자 등 다채로운 관점을 취한다. 단순히 여행을 보고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유하고 성찰하며 배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책에 소개된 나라는 모두 8개국이다. 이란, 오만,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튀르키예가 차례로 기술된다. 각국의 대표 도시를 여행하며 역사와 종교, 문화 이면에 깃든 신의 뜻과 인간의 욕망을 읽어낸다.

먼저 저자는 옛 페르시아의 향기가 남아 있는 이란의 도시 시라즈를 소개한다. 시와 장미의 도시이자 시인 하페즈의 고향으로 봄이면 도시 전체가 장미 향에 둘러싸인다는 지역이다.

푸른 조명 아래 돔과 황금빛으로 물든 모스크
이곳에는 핑크 모스크로 유명한 나시르 알물크 모스크가 있는데 파란색과 흰색 대신 분홍색 타일로 돼 있어 독특한 미적 감각을 발현한다. 시라즈 인근에 분홍빛의 유약과 타일 공방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햇살이 투과되면 모스크 내부는 하나의 화폭의 풍경을 연출한다.

신드바드의 고향 오만은 아랍에미리트 인근에 자리한다. 두바이가 사막에 세운 인공의 신기루라면 오만은 사막에서 솟아난 오아시스를 연상시킨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전성기를 구가한 오만은 해상권을 장악해 번성했다. 물론 번영의 이면에는 억압과 통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와디샤브는 사막에 형성된 협곡으로 에머랄드빛이 인상적이다. 좁은 바위 틈 너머로 형성된 동굴 폭포는 천연 풀장을 품은 이색적인 풍경이 압권이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아랍에미리트다. 아부다비는 대표 도시다. 이곳은 ‘인샬라’의 미학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신의 뜻대로’라는 인샬라는 현지에서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세계 최고급 쇼핑몰은 넘치지만 문화시설이 빈약했던 이곳에 지난 2017년 루브르 아부다비가 들어섰다. 루브르 분점은 아부다비가 끈질긴 협상 끝에 30년 계약 협상을 따낸 결과였다. 석유 졸부라는 세상의 편견을 넘어서는 문화의 아이콘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B.C. 30세기에 시작된 이집트 문명의 대표 유적은 피라미드다. 특히 나일강은 이집트에 ‘선물’ 같은 의미로 환기된다. 카이로에서 가까운 기자 피라미드 지역은 고대 이집트 왕릉 지구로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밖에 3대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모인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중동의 꽃’으로 불리는 요르단의 도시 암만의 문화와 풍광 등도 만나게 된다.

<초록비책공방>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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