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감정평가, 공적 영역으로 제도화 해야 - 박정웅 감정평가사·경영학 박사
2025년 07월 18일(금) 00:00
요즘 미술품 시장이 유난히 활기를 띠고 있다. 조각 투자, 공동구매, 온라인 경매 플랫폼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면서 미술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하나의 자산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미술품은 분산투자 수단이자 새로운 금융상품처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뒤편에는 우리가 쉽게 놓치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사고 있는가?”

실제로 일부 미술 투자 플랫폼에서는 진위 여부가 불확실한 작품이 거래되거나 전문가의 감정 없이 고가에 유통된 사례들이 확인된 바 있다. 미술이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음에도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위험 요소이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일반 투자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잘 알려진 ‘레몬시장’ 이론처럼 정보 비대칭이 심한 곳에서는 진품보다 가품이, 가치 있는 작품보다 마케팅에 의해 포장된 작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실제 사례도 있다. 강남의 중견 갤러리 ‘서정아트센터’는 지난 몇 년간 “작품을 맡기면 수익과 원금을 보장해준다”며 투자 상품을 운영해왔다. 일부 상품은 월 1%에 가까운 고정 수익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익 지급이 중단되었고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지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투자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작품의 가치와 진위를 검증할 ‘공적 감정 체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이라고 하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감정이란 단지 진짜냐 가짜냐를 넘어서 그 작품이 언제,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현재 상태는 어떠하며 시장 내 위치와 향후 가치 흐름까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그 위에 또 하나의 정확한 필요과정 절차가 ‘평가’이다. 감정을 바탕으로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수치화하는 일이다. 이는 부동산, 기업가치, 무형자산 등의 평가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예술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금 더 복합적일 수 있지만 경제적 가치의 객관적 평가라는 점은 유사하다.

미술품의 가치는 단지 시장에서 얼마에 팔렸느냐가 아니라 그 작품이 지닌 희소성과 상징성, 작가성, 예술사적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과 평가가 이론적으로 제도적으로 설계되고 작동해야 비로소 공공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기부, 상속, 문화재 등록, 공공 수집, 보험 등 다양한 제도 영역에서도 미술품은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당하게 감정하고 평가할 기준은 여전히 민간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감정평가 실무를 통해 다양한 자산의 가치를 다뤄온 경험에서 보더라도 이제 미술품도 자산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감정은 ‘감(感)’이 아니라 ‘기준’이 되어야 하며 예술품이 예술성 감상이 아닌 자산이 될 때는 그 가치를 공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미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는 마음은 모두 같으며 미술품의 감정과 평가는 지금보다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적 영역으로 제도화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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