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경험, 현대 도예로 구현하다
ACC ‘길 위에 도자’전
18일~7월28일, 복합전시 6관
스티븐 영 리·세오 등 4명 참여
조선대 미대서 일부 작품 창작
2024년 04월 16일(화) 19:25
세오 작가의 도자기 창작 장면. <ACC 제공>
도자기를 일컬어 불의 예술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도자기는 불의 예술을 뛰어넘는 신비한 매력을 갖고 있다. 흙으로 빚은 그릇은 불과 시간, 바람이 부조를 해야 온전한 작품으로 탄생된다.

우리나라는 찬란한 도자의 역사를 이어왔다. 우리나라만의 전통과 정서, 문양이 깃든 도자기는 세계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도자기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도 그 나름의 문화가 있다. 문화의 이동, 문화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주의 경험을 가진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는 어떤 분위기가 날까. 특히 태어난 곳과 국적이 다른 작가가 만드는 도자기는 빛깔과 모형 등에서 우리의 전통 도자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이강현)에서 이주 작가들의 도자기 전시가 열려 화제다.

‘길 위에 도자’(18일~7월28일, 복합전시 6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주제가 말해주듯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개막식은 18일)

이번 전시는 모두 4명 작가가 출품했다.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영 리를 비롯해 베트남-멕시코계 미국인 린다 응우옌 로페즈, 한국계 미국인 세오, 캄보디아계 미국인 에이미 리 샌포드 등이다. 이들은 양식적 접근보다 이동과 이주라는 새로운 틀로 현대 도예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구현한다. 이들 작가들은 조선대 미대에서 일부 작품을 창·제작했다.

조은영 주무관은 “이번 전시는 ‘디아스포라’로 대변되는 이주 경험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며 “본질적으로 인류가 횡단하고 이동하면서 문화를 일궈왔던 시각에 비춰보면 도자기를 모티브로 한 전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시는 아시아를 주제로 한 담론을 확장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아시아 네트워크’ 일환으로 마련됐다”며 “작가들이 지향하는 정체성 또는 각 나라의 특성 등이 발현된 다채로운 도자기를 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영 리 작 ‘독수리구름문양매병’
한국계 이민 2세인 스티븐 영은 그동안 장소와 소속에 대한 물음을 해왔다. 문화적 흐름이나 발생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은 여느 작가와는 다른 이색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동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는 균형과 조화를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 도자에 대한 관점을 과감히 탈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형태가 찌그러진 도자의 경우 깨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스티븐 영은 그 같은 사고를 전복시킨다. 오히려 어그러진 형태를 절묘하게 지렛대 삼아 새로운 작품으로 전이시킨다. ‘부조화의 조화’라고 명명해도 될 것 같다. 형태의 불완전성, 충돌하는 이미지의 이질성은 현대도자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세오는 인천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자연스레 그의 창작에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의 전통 다완 기형을 끌어들이거나 고려청자 유약을 사용하는 것은 그런 연유다. 창작을 위해 자연에 관심을 두는 그는 식물, 꽃의 조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Goldfish Ponds’, ‘Water Poppy’는 꽃, 연못 등을 주제로 표현한 작품이며 특히 신작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이 광주 식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이번 ‘도자 정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꽃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꽃을 매개로 작업했다”며 “태어난 곳의 흙으로 만든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설레면서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린다 응우옌 로페즈 작‘금빛 돌이 박힌 미드나잇 허스키’
린다 응우옌 로페즈는 어린 시절의 이민 경험으로 사소하고 주변적인 사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먼지떨이, 대걸레 등 일견 사소해 보이는 사물 등을 모티브로 창작을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일상의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을 모티브로 작품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며 “다양한 사물들을 의인화 한 도자 작업에 흥미을 느낀다”고 밝혔다.

에이미 리 샌포드 작 ‘무한한 호, 문화전당로’
마지막으로 에이미 리 샌포드는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도예로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자 관련 퍼포먼스 영상과 작품을 선보인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이주의 경험이 있는 작가들의 도자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이라”며 “그들의 손끝에서 한국의 흙이 어떻게 빚어지고 어떤 형상과 분위기를 피워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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