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이 건네는 힐링과 위로 그리고 공감
광주신세계갤러리 오는 22일까지 ‘반려식물’전 열려
권예솔, 전유리 등 5명…회화·설치·페이퍼콜라주 등
2024년 04월 09일(화) 19:45
권예솔 작가의 ‘누군가의 정원’
“입체적으로 종이를 붙인 작품이 가장 인상 깊고 반려식물이라는 주제 자체가 멋진 것 같다. 식물을 오랜만에 보니 좋다.”

반려식물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전시실 벽면에 부착된 한 어린이의 짧은 감상의 글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종이를 오려 식물을 구현한 작품도 눈에 띈다.

신세계 백화점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는 ‘반려식물’전(오는 22일까지). 전시실에 들어서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전시실 벽면을 채운 푸른 식물의 그림이 마치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반려식물을 점차 많이 키우는 추세이지만, 이를 토대로 전시를 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전적 의미의 반려식물(伴侶植物)은 “사람이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일컫는다. 가까이 두고 기른다는 것은 마음을 쏟고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모든 생명은 애정의 손길을 건네는 만큼, 마음을 주는 만큼 건강하게 자라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에는 권예솔, 아일렛솔, 전유리, 전태형, 정인혜, 조은솔 등 모두 6명의 작가가 출품했다. 장르도 다양하다. 회화를 비롯해 설치, 페이퍼 콜라주, 디지털 프린트 등 다양한 기법의 작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신세계갤러리에서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반려식물’전은 우리들 곁에 있는 식물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담은 전시다.
김수영 큐레이터는 “반려식물은 거창한 게 아니라 주택의 작은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에서부터 아파트 베란다 또는 머리 맡에 둔 작은 화분에 심겨진 식물도 해당한다”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반려식물을 통해 영향을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한구절의 시처럼 반려식물은 때에 따라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주어야 건강하게 자라고 우리에게 생명의 향기를 전해준다”고 덧붙였다.

전시실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은 조은술 작가의 ‘덩어리’이다. 설치, 시각미디어로 이루어진 작품은 천장에 매달린 것이 아닌 천장에 뿌리를 내리고 땅을 향해 키를 높이는 듯한 형상이다. 작품명처럼 ‘덩어리’가 주는 생명의 풍요로움, 척박함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한지위에 그린 한국화를 선보이고 있는 권예솔 작가의 ‘누군가의 정원’을 보고 있노라면 즐거워진다. 식물들이 스스로 감정을 발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미소를 짓게 한다. 경쾌하고 밝은 기운이 가득하며, 식물들은 저마다 환희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식물들이 펼치는 작은 음악회에 초대받은 느낌을 환기한다.

페이퍼 콜라주 작품인 전유리의 ‘코르딜리네 레드비치’도 이색적이다. 작가는 곁에 두고 싶은 식물들을 종이 위에 그리고 오려 붙였다. 작품은 강인하면서도 여리고, 활달하면서도 섬세한 양가적인 분위기를 피워낸다. 지금까지 출간한 ‘꽃을 그리는 시간’, ‘나의 소중한 꽃에게’ 등은 작가의 식물에 대한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는 노트에서 “저에게 반려식물은 어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가장 친근하기도 해요”라며 “실제 식물이든 종이로 이루어진 식물이든 식물과 함께 일 때 가장 행복한 것은 변함없어요”f고 말한다.

일러스트와 판화작업을 하는 전태형 작가의 ‘Plant 08’은 식물을 간략화하면서도 담백하게 표현했다. 선인장 같기도 한 작품은 건강한 생명력을 매개로 보는 이에게 힐링과 위안을 선사한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서 벽면에 붙은 짧은 감상기를 다시 본다. 맞춤하게 눈에 들어오는 문구를 잠시 음미한다.

“아직 반려식물을 키울 자신이 없어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간접적으로 식물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겨울의 끝에 싱그러운 초록을 맞이해서 행복했습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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