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촛불을 담다
이윤홍 서예가 오는 22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 전시
촛불시민들과 함께해 만든 서체 ‘촛불연대체’ 눈길
촛불시민들과 함께해 만든 서체 ‘촛불연대체’ 눈길
![]() 전시실에 부착된 다양한 작품들에서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고뇌가 읽힌다. |
이윤홍 서예가는 중학교 때부터 서예를 했다. 글씨를 쓰다 보면 가장 먼저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에 부딪혔다. 고전에 나오는 사자성어, 금언 등도 좋지만 뭔가 다른 내용을 쓰고 싶었다. 고사성어가 진부하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일테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글씨로 구현하고 싶었다.
서예가 이윤홍 서예전이 오는 22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관장 주홍)에서 열리고 있다.
‘서예, 촛불을 담다’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전시는 현장의 외침을 붓에 먹물을 찍어 오롯이 화선지에 옮긴 것이다. 글씨를 쓰는 시간은 몰입의 시간이며 호흡으로 붓과 하나가 되는 환희의 순간이다.
주홍 관장은 “바람처럼 쓴 붓글씨를 들고 조용히 서 있는 이윤홍 서예가를 만난 곳은 지난해 5·18 당시 고교생이었던 분들의 증언을 모아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하는 자리였다”고 회고했다.
이 작가에게 붓으로 일필휘지로 호흡의 궤적을 남기는 과정은 마음을 수련하는 그 자체였다.
혹자는 이 작가의 서체를 ‘촛불연대체’라고 명한 바 있다. 촛불시민들과 함께해서 만든 서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그에게는 ‘영광의 서체’일 것 같다.
그동안 그는 시위현장에서 지식인, 종교인들을 만났다.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치는 말을 듣지 않는 권력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권좌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는지 분노가 치밀었다. 붓을 들고 시민들의 외침을 담아 글귀를 나누게 된 것은 그런 연유다.
작가는 “법을 다루는 이들이 권력과 돈 가진 자들의 편에서 오히려 억울한 사람들을 만드는 등 불의한 현실에 끝까지 저항하는 민중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며 “서예 작품을 나두고 또 나누다 보니 ‘촛불연대체’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전시장에는 마치 촛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걸려 있다. 멀리서 보면 일렁거리는 촛불의 형상을 구현한 것처럼 보인다. 촛불의 일렁임은 무명한 시민들의 간절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역사를 누가 왜곡하는가’, ‘행동하는 良心’, ‘절규’, ‘일갈’, ‘눈물’, ‘숨소리’ 등 작품들은 역동적인 광장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 하다. 격정적인 감성만을 환기하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물’, ‘숨소리’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절망과 아픔이 투영돼 있다.
주홍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예작품으로 탄생한 시민의 소리를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자리”라며 “우리 시대의 발언과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기간 방문한 관람객에게는 작가가 직접 글씨를 써서 선물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서예, 촛불을 담다’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전시는 현장의 외침을 붓에 먹물을 찍어 오롯이 화선지에 옮긴 것이다. 글씨를 쓰는 시간은 몰입의 시간이며 호흡으로 붓과 하나가 되는 환희의 순간이다.
주홍 관장은 “바람처럼 쓴 붓글씨를 들고 조용히 서 있는 이윤홍 서예가를 만난 곳은 지난해 5·18 당시 고교생이었던 분들의 증언을 모아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하는 자리였다”고 회고했다.
이 작가에게 붓으로 일필휘지로 호흡의 궤적을 남기는 과정은 마음을 수련하는 그 자체였다.
그동안 그는 시위현장에서 지식인, 종교인들을 만났다.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치는 말을 듣지 않는 권력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권좌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는지 분노가 치밀었다. 붓을 들고 시민들의 외침을 담아 글귀를 나누게 된 것은 그런 연유다.
![]() 직접 글씨를 쓰고 있는 이윤홍 서예가. |
전시장에는 마치 촛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걸려 있다. 멀리서 보면 일렁거리는 촛불의 형상을 구현한 것처럼 보인다. 촛불의 일렁임은 무명한 시민들의 간절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역사를 누가 왜곡하는가’, ‘행동하는 良心’, ‘절규’, ‘일갈’, ‘눈물’, ‘숨소리’ 등 작품들은 역동적인 광장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 하다. 격정적인 감성만을 환기하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물’, ‘숨소리’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절망과 아픔이 투영돼 있다.
주홍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예작품으로 탄생한 시민의 소리를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자리”라며 “우리 시대의 발언과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한편 전시기간 방문한 관람객에게는 작가가 직접 글씨를 써서 선물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