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마인드 어우러진 ‘꽃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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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마인드 어우러진 ‘꽃각시’
김해성 작가 ‘꽃각시-Drawing with Digital’ 5~ 14일 아크갤러리
“따뜻함과 차가움 중화 위해 인간적 감성과 기술적 요인 결합했죠”
2024년 04월 01일(월) 19:15
김해성 작가
“이번 전시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혼합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작가의 감성이 투사된 드로잉 위에 디지털 이미지를 덧씌워 만든 결과물이지요.”

김해성 작가. 그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 예술가다. 대체로 예술가는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기 마련이지만, 그는 끊임없이 양쪽을 아우르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이번에 김 작가가 ‘꽃각시-Drawing with Digital’을 주제로 전시를 연다. 5일부터 14일까지 아크갤러리.

서글서글한 사람 좋은 인상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단단한 중심이 있다. 유함과 곧음을 지녔다. 주관과 객관, 서정과 서사, 인문과 과학 등 서로 다른 특질을 갖췄다는 의미일 게다.

전시를 앞두고 만난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새로운 문물, 새로운 기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스마트폰을 펼쳐놓고 ‘디지털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세상은 아주 거침없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AI로봇들은 이미 현실 세계에 등장했다”며 “디지털에 의해 사람들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 거대하게 확장된 가상의 세상에서 소통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새로운 영역이 인간들이 원하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한다. 때로는 회의감도 들었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과학적 결과물들은 일상을 편리하게 변모시켰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첨단 과학으로 만들어진 각종 위험한 물상들이 시시각각 인간의 삶과 터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자유를 통제하려 들고 있다.

김해성 작가가 오는 5일부터 아크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예쁜 친구들’
김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해 펼쳐내는 봄날 같은 화사한 세상을 구현했다. ‘꽃각시’를 모티브로 양면의 장점을 살린 혼합체를 탐미적으로 그려 낸 것.

손으로 그린 그림은 감성이 담겨 있기에 따뜻하지만 디지털로만 완성한 작품은 차갑기 마련이다. 따뜻함과 차가움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적 감성과 기술적 요인이 결합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는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컬러를 덧씌웠다. 이후 컬러 이미지만을 디지털로 변환해 먹으로 드로잉 한 종이 위에 디지털 출력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냈다.

“라인드로잉 위에 디지털 컬러 이미지를 덧씌우기도 하고 전통 재료인 먹을 통한 자연스러운 번짐 작업 위에 디지털 채색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먹의 자연스러운 번짐은 아직 디지털이 월등한 수준으로 구현해 내진 못하는 듯해요.”

그럼에도 디지털 채색을 가미한 작품은 다양한 효과를 드러낸다. 김 작가의 작품이 지니는 특징, 즉 유연한 선과 색에서 밝은 기운이 번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맘 때면 들을 수 있는 가곡 ‘봄 처녀’가 환기되기도 한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예쁜 친구들로 명명된 ‘꽃각시’는 화사한 봄날에 만날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그림 속 ‘꽃각시’는 한아름 꽃을 안고, 꽃신을 신고, 화환을 두르고, 꽃치마를 입고 있다. 꽃의 품에 앉은 이름 모를 새들은 노랫소리는 맑고 투영하다.

김 작가는 오래 전 컴퓨터에서 그린 그림을 캡처하듯 사진을 찍어 현상하고, 그 위에 실크스크린이나 동판화를 겹쳐 찍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한 적 있다. 벌써 30년 전 일이다.

그는 “출력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시절이라 손작업과 기계 힘을 혼합한 형태의 작업이었다”며 “작업 방식이 그때로부터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방식의 면에서는 진일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문명에 경도되는 세상은 생태계 다양성과 안전성을 해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디지털의 긍정적인 면을 외면한 채 아날로그적인 행태에만 안주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지요. 기술문명의 수동적 작가가 되기보다는 먼저 능동적 작가로 조율, 작동하는 위치에 서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김 작가는 조선대 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개인전을 비롯해 ㅋㅞㄹ른아트페어, 아트베이징 등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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