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정신 문화 탐구…오승우 화백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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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정신 문화 탐구…오승우 화백 별세
화순출신 인상주의 선구자 오지호 화백 장남…국전 4년 연속 특선
‘100산’ 등 다양한 연작…178점 작품 기증 ‘무안군 오승우 미술관’ 문 열어
2023년 04월 04일(화) 20:00
지난 2011년 무안 오승우미술관 개관식에 참여해 대표 시리즈 ‘십장생’ 앞에서 포즈를 취한 고(故) 오승우 화백. <광주일보 자료사진>
원로 서양화가 오승우 화백(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3일 오후 병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오승우(1930~2023) 화백은 평생 한국의 전통과 정신 문화를 탐구해온 작가였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100산’, ‘십장생도’ 등 시기마다 다양한 연작을 선보이며 우직하게 작업활동을 이어왔다.

한국 인상주의의 선구자 고(故) 오지호(1905∼1982) 화백의 장남인 고인은 동생인 고(故) 오승윤(1939∼2006) 화백과 함께 미술 일가를 이뤘다. 두 아들 병욱, 상욱씨도 각각 서양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화순 출신으로 1950년 조선대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그림에 몰두한 고인은 광주여고에 근무하던 1957년부터 ‘법당 내부(화엄사)’ 등으로 한국 미술가의 등용문인 국전에서 4년 연속 특선을 수상, 1961년 불과 31살의 나이에 국전 추천작가 반열에 올랐다.

1938년 개성 송도고보 교사로 근무한 아버지 오지호 화백 등과 촬영한 가족 사진. 왼쪽이 오승우 화백이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1993년에는 부친 오지호 화백에 이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으며 서울시문화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성옥문화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옥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불상, 고궁, 전통, 사찰 등 한국적 근원에 대한 탐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고인의 대표작은 1983년부터 1995년까지 전국 130여개의 산을 직접 올라 완성한 ‘100산 시리즈’다. 백두산, 한라산, 무등산, 월출산, 설악산 등의 명산을 찾은 그는 담대한 선과 화사한 색채를 통해 변화 무쌍한 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66세에 중국 북경에 1년 동안 체류하며 완성한 ‘동양의 원형’ 시리즈는 평생의 주제였던 동양 정신의 근원을 찾는 연작으로 이후 몽골,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각국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십장생’ 시리즈를 제작했으며 역사 기록화 작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오화백은 화가로서 치명적인 시력의 저하와 안구 장애를 극복했다. 1986년과 1987년 양쪽 눈을 차례로 수술한 탓에 늘 쓰고 다니는 짙은 선글래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화가는 독서 등을 통해 안목을 키워야하는데 눈이 않좋으니 책을 읽을 수가 없어 대신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파리 등 여행지의 감흥은 그의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왕성한 창작 활동과 더불어 고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한국 구상화단의 대표 그룹인 (사)목우회다. 구상화단과 후학들을 위해 1983년부터 10년간 목우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국 구상의 리더 역할을 했다.

그는 예술의 사회 환원에도 관심을 쏟았다. 2011년에는 그가 기증한 178점을 바탕으로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는 오 화백의 상설전과 함께 후배 작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기획전을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을 기증한 그는 2016년 “후배 미술학도들을 위한 격려와 학교 발전에 기여하려는 마음”으로 모교인 조선대에 “내 생의 마지막 기증이 될 것”이라며 27점을 기증했다.

고인과 조선대 미술대학 선후배 관계로 오랜 인연을 이어온 황영성 화백은 “오 화백은 굉장히 인생을 열심히 사신 분으로 명산 시리즈를 비롯해 기록화 등을 많이 남겼다”며 “그림에 대해서는 자기 소신이 뚜렷하셨고, 조선대 미술대 회장도 맡으시는 등 후배들도 많이 아끼셨다”고 말했다.

고인이 광주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제자로 매년 오 화백을 만난 정송규 화백은 “땡볕 아래서도 4~5시간 그림을 그리시던 열정적인 선생님이셨다”며 “언젠가 칸나를 한아름 안고 오셔서 우리에게 그리라고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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